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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실재와 착각 사이, 사진가 정영길의 ‘The illusion’ 展

2017.11.02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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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영길이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The illusion’ 전시를 연다. 개막식은 8일 오후 6시다.

작가는 공사용 가림막의 아주 작은 그물코 사이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익숙한 세계의 공간이 낯선 가상현실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 같은 착각의 경계선과 맞닿았다. 여기서 실재를 버리고 착각을 붙잡는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영길 作 ‘The illusion’. (사진=정영길 작가 제공. 사진은 이 기사 외 사용을 불허합니다.) [email protected]

사진 전시기획자인 박미경 갤러리 류가헌 관장이 작가를 위한 헌사를 남겼다.

“고층아파트의 지붕들이 삼각형으로 늘어선 스카이라인 위로, 역시 삼각형으로 열을 지은 기러기 떼가 날고 있다. 지붕의 스카이라인과 새떼가 나란한 평행이지만, 아파트가 정주라면 철새 떼는 이주의 상징이다. 그렇게 바라다보면, 두 평행선 사이의 긴장이 팽팽하다. 사진가 정영길의 시선이 그 당겨진 긴장의 선상에 머문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영길 作 ‘The illusion’. (사진=정영길 작가 제공. 사진은 이 기사 외 사용을 불허합니다.) [email protected]

10여 년 전 한강변으로 이사한 이래 일상에서 매일 보게 된, 대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처음에는 그저 ‘풍경'일 뿐이었다. 그런데 강을 따라 펼쳐지는 평화로운 풍광 사이를 오가다 보니, 지나간 후회와 다가올 불안들이 잊혀졌다. 일상의 동선이 사유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어느새 관망은 관조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오래 바라다보기만 했던 사유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여러 해 동안 익숙했던 풍경이 갑자기 낯설어진 것은 지난 해부터였다. 원효대교에서 한강대교까지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이 시작되면서 공원 조성을 위해 한강변에 대규모 공사용 가림막이 설치된 것이다. 매일 바라보던 강물과 강 건너 건물들, 먼 산들의 풍광이 갑자기 낯설어지고 마치 현존하지 않는 어떤 다른 세상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영길 作 ‘The illusion’. (사진=정영길 작가 제공. 사진은 이 기사 외 사용을 불허합니다.) [email protected]

이때부터 사진가 정영길의 ‘들여다보기’가 시작됐다. 마치 모눈종이처럼 칸칸이 풍경을 제도하고 있는 그물망처럼, 적극적으로 그물 너머의 풍경을 사진으로 구획하고 채집한 것이다. 이 새로운 시리즈들은 분명 현실의 풍경을 찍은 스트레이트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특별한 기교를 부린 ‘메이킹 포토’ 같기도 하다.

강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 수면 위에 둘러쳐진 빛 그물이라고 해도 좋을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인공의 그물망 너머로 바라본 낯선 풍경이 한 데 모였다. 눈으로 '바라다보기' 에서 카메라의 눈을 통해 장벽 저 너머로 ‘들여다보기’를 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미지’로 아카이브 된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영길 作 ‘The illusion’. (사진=정영길 작가 제공. 사진은 이 기사 외 사용을 불허합니다.) [email protected]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사진들이 시리즈로 묶인 이번 사진전의 제목은 일루션(The Illusion)이다. 일루션은 ‘착각’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환상’ ‘마술’의 의미로도 통용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다만 새로운 시각만이 있다는 말대로라면 결국 일상을, 좁은 의미의 착각을 마술과 환상으로 만든 것은 사진가 정영길의 ‘새로운 시각’이다. 따라서 그의 사진을 보는 일, 그의 시각을 쫒는 일은 관습화된 우리들의 일상의 시선 또한 환기시키는 일이 된다. 정영길의 ‘일루션(Illusion)’의 묘미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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