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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만인이 행복한 세상' 무지개빛 수채화로 그리다

2017.10.1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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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Childrens Grand Park_200x660cm_oil on canvas_2009 (성곡미술관 제공) © News1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이상원 초대전

가로 6m가 훌쩍 넘는 그림 안에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원, 해변같은 곳에서 군중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맑은 색채의 유화나 수채화로 그리는 작가 이상원(39)의 작품은 '아무 이유없이' 작품 안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세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표정없이 행위만 묘사된 사람 하나 하나를 세어보다 보면,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내가 잘 아는 누군가의 얼굴이기도 하고, 혹은 나의 얼굴이기도 하다. 보는 이의 감정이 그림 속 사람들의 표정에 이입된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이 '내일의작가'로 이상원 작가를 선정하고 작가의 회화, 영상, 설치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는 초대전을 최근 미술관 1관 전관과 2관 1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이상원, Beach_25.9x38.4cm_watercolor on paper_2013 (성곡미술관) © News1

이상원 작가는 전통적인 회화 작업을 고수하면서, 작업의 기반으로 사진을 활용한다. 역사적으로 상호보완적이면서 경쟁적인 회화와 사진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성곡미술관은 "이상원은 사진을 이용함으로써 예술과 멀리 떨어져 있던 대중적인 오락이나 관광 레저, 또는 사회적·정치적 사건들을 예술 영역으로 쉽사리 끌어들이고, 동시에 사진적 이미지에 결핍돼 있다고 비난받았던 항구성, 부드러움, 추상성, 인위적 효과들을 회화를 통해 덧씌운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주로 그리는 건 사람이다.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작가는 어린이대공원, 탑골공원,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풍경을 망원렌즈로 촬영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긴다.

독특한 건 그림 속 '시점'이다. 작가는 한 화면 안에서 다양한 시점을 섞는다. 예를 들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낮부터 돗자리를 펼쳐놓고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군중'(The Crowd, 200x350㎝, 2015)이라는 작품을 보면, 돗자리는 분명 위에서 내려다 본 시점인데, 사람들은 옆에서 바라 본 형태로 묘사돼 있다.

이상원, The Crowd_200x350cm_acrylic on canvas_2015 (성곡미술관 제공) © News1

한 화면 안에서 여러 시점이 혼재돼 있는 것이 마치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를 보는 듯 하다. 이는 작가가 한국적인 전통회화의 '맥'을 잇는 방식이기도 하다. 재료로 수채화 물감과 먹을 즐겨 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서양 사람들은 제 그림을 보면 대번에 '이상하다'고 해요. 시점이 섞여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 그림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씨름도' 같은 풍속화를 보면 다양한 시점의 체계 안에서 관념적으로 해석되요. 우리는 그러한 그림에 익숙한 거죠."

이상원, In summer_watercolor on paper_2013 (성곡미술관) © News1

사람들을 주로 그리지만 표정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작가는 "얼굴 표정을 그리면 누구인지 금세 알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림 속 사람은 누구라도 될 수 있어요. 나의 모습도 될 수 있고요. 내 경험과 인식체계 안에서 그림 속 사람들의 행위가 해석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죠."

이번 전시에는 언뜻 보기에도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묘사는 사라지고, 뭉뚱그려진 군중 풍경 속에 빼곡히 찍힌 노란 점들이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그림을 그리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에는 점점 구성적인 요소들이 배제되고 작가의 뇌리에 기억된 이미지와 느낌들이 추상적으로 표출됐다.

촛불 그림에 대해 작가는 "정치적 목적 같은 건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예술가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며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그림으로 시각화했다"고 말했다.

이상원, In summer_watercolor on paper_2013_(3) (성곡미술관) © News1

충청남도 청양 출신인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7년 금호미술관의 '금호영아티스트',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 '세마(SeMA) 신진작가', 2015년 문화예술위원회·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코리안 아티스트 프로젝트 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영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1월19일까지. 관람료는 일반(만 19~64세) 5000원.

이상원 작가. (성곡미술관 제공)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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