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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英 테이트모던 한국계 큐레이터 “예술 억압은 실패”

2017.09.27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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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클라라 김 테이트모던 시니어 큐레이터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클라라 김 테이트모던 시니어 큐레이터 인터뷰 "한국 블랙리스트 냉전시대 떠올라"

“한국의 ‘블랙리스트’는 ‘냉전 시대’를 떠오르게 해요. 예술인의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문화는 실패한 문화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변했고, 위축됐고, 두려워해요. 아주 위태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예술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죠.”

26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클라라 김(42) 테이트모던 시니어 큐레이터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김 큐레이터는 지난해 1월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다스칼로플로스(비서구권) 전시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로 합류해 아시아와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미술 견문’을 넓히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UC버클리와 시카고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15년간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 ‘레드캣’(REDCAT) 등 미국 미술관과 비영리단체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영국에서의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이트모던은 아주 흥미진진한 곳이에요. 100년 역사의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2000년에 문을 연 젊은 미술관이니까요. 유명세 때문에 종종 역사가 오래된 걸로 오해받기도 하지만요. (웃음) 저는 전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작가와 작품을 연구·발굴해 기존 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는 “테이트모던은 절대 ‘분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가, 출신 국가, 매체 그 어떤 것으로든 말이다. “이제 구분하고 분류하는 기성 미술사는 끝나야 돼요. 예를 들어 추상표현주의의 경우 미국에서 시작한 미술사조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슬람 문화권에도 고유의 디자인에서 파생된 추상화가 있어요. 칸딘스키의 추상과는 다르지만 그것도 추상이죠. 이런 식으로 미술사를 확장해나가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2010년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과 2014~2015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자문으로 활동했다. 김 큐레이터는 “국내 프로젝트에 직접 참가하기보단 외국에서 한국 작가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며 “1990년대 후반 설치미술가 이불과의 첫 작업을 시작으로 최정화, 최봄, 박찬경 작가 등과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미술 시장은 굉장히 흥미로워요. 최근 단색화 열풍을 제외하면 미술시장 ‘붐’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시장이 커지면 컬렉터들의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좋은 작품’의 기준은 매번 바뀌고 너무 다양하다면서도 ‘동시대성’은 버릴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시대의 ‘진실’을 표현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장 감명깊게 본 작품으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난 어칸 오즈겐(Erkan Ozgen) 작가의 ‘원더랜드’(Wonderland)를 꼽았다. 시리아를 떠나 터키로 온 13세 난민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짧은 영상이다.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 하지만 몸짓을 통해 시리아에서 겪었던 폭력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논란이 커진 것 같아요. 최근 미국 휘트니 비엔날레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죠. 하지만 예술에 흑백 논리는 맞지 않죠. 큐레이터도 작품을 보자마자 의미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해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예술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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