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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中 '바링허우 작가' 쑨쉰 "요즘 한국뉴스 부처님이 보면 화날듯"

2017.09.0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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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쉰의 영상작품 '망새의 눈물'(2017, 9분)한 장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2017.9.6/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1980년생 인기작가, 아라리오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화가 난 부처의 모습을 그린 거예요. 북한 핵실험 등 요즘 한국 뉴스들을 보면 부처가 화를 낼 만도 하겠지요."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중국 작가 쑨 쉰(37)이 사천왕을 닮은 성난 모습의 부처 그림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쑨 쉰은 중국의 대표적인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말) 세대' 작가로, 이날부터 오는 11월5일까지 '망새의 눈물'이라는 주제로 한국 첫 개인전을 갖는다.

지하1층부터 2층까지 갤러리 전관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2층에서는 전통 산수화에 가까운 그림들을, 지하 1층에서는 좀 더 현대미술에 가까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1층에서 상영되는 9분 짜리 애니메이션 영상 작품 '망새의 눈물'(2017)에서는 전시에서 선보인 모든 평면 작품들의 이미지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성난 부처의 모습을 그린 작품. 2017.9.6/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그는 중국 전통 회화에 뿌리를 두면서도 서양적이고 현대적인 요소들을 접목시킨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혁명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 상흔을 목격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학습했지만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중국의 바링허우 세대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동양적 전통에 근간하면서도 서양 예술의 역사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특히 산수화 등 전통회화의 서술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정치적이고 계몽적인 주제 의식에서 탈피해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예컨대, 동양 신화에 등장하는 7가지 동물을 그린 세로 3m짜리 7폭 그림에는 봉황, 물고기 등이 등장하는데, 봉황의 머리 위에는 트럼펫이 붙어 있고, 물고기에는 시계탑이 붙어 있는 식이다. 이는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작가가 서울 광화문의 '망새'(고대 목조건축에서 용마루 양 끝에 부착하던 장식기와)에 있는 동물 무늬들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한국 전시를 위해 2년 전 이곳에 왔을 때, 한국의 문화를 제 작품에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고민했어요. 그 때 광화문 기와에 있는 동물무늬들을 봤죠. 한국이나 중국이나 비슷한 형태였어요. 우리는 이러한 동물 무늬를 매일 보면서도, 이 동물들이 왜 저기에 서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죠."

그는 "동양의 전통 문화에서 비롯된 망새의 무늬들에 정의나 평화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7가지 동물 무늬들을 재해석한 그림들. (2015, Handmade Bark paper, gold powder, mineral powder, ink, gum arabis, 310×127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전시장 지하 1층 가운데에 놓여진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형물) 작품은 불경에 나오는 부처의 32가지 상(相)을 각각 수묵화로 그려 책처럼 엮어 놓고 기계 조형물이 한 장씩 넘기는 형식으로 설치됐다. 예를 들어 부처의 '입정상'은 비둘기로 형상화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2층 작품들은 표현 양식에 있어 전통 수묵화에 가깝다. 특히 가로 6~7m에 달하는 특수 제작 바크지 위에 산수화 형식으로 그린 작품 '물 속의 용'(The dragon in water, 2015, Ink on bark paper)은 2년 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유물처럼 보인다. 작가는 "일부로 노후화를 한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현대미술가가 그린 것인 줄 몰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쑨 쉰의 작품에는 상징적인 유머 코드가 다수 숨겨져 있다. '물 속의 용' 작품에도 기암괴석과 고목이 늘어진 가운데 아프리카 코끼리가 등장하는가 하면, 서양식 모자 '톱 햇'(Top hat)을 쓴 신사들이 장우산을 쓰고 뱃놀이를 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동양과 서양의 교류 혹은 전통과 현대의 충돌은 끊임없이 반복·재생산된다. 1층 애니메이션 영상 작품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산수화가 펼쳐지는 듯 싶더니 어느샌가 월트디즈니 만화가 나오는 모니터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호랑히 한 마리가 등장하고, 욱일기 패턴의 무늬와 한반도 지도를 형상화 한 그래픽, 용의 얼굴을 한 유니콘,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등이 빠르게 교차된다.

영상 작품 한 장면. 2017.9.6/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중국 남송시대 회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는 전통에 근간하면서도 감각적인 팝아트를 접목하는 자신의 작품을 '차이나 팝'이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질문에 "굳이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바링허우 세대' 작가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보다는 문화나 유명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영향도가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국 작가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전통만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빅토리아 시대의 배라던지, 세계사에 영향을 준 사건이나 요소들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거죠."

쑨쉰 작가. 2017.9.6/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중국 국민당 당원 조부모를 둔 쑨쉰의 가족은 문화혁명 당시 부르주아로 몰려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쑨쉰의 부친은 아들이 정치를 멀리하길 바라며 예술적 재능을 지지했다. 이에 쑨쉰은 중국 항저우의 유명 예술고등학교인 중국미술학원 부속 중등미술학원을 거쳐 중국의 3대 미술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중국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수묵화전'(Ink Art)에 이름을 올렸고, 2010년 중국 작가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목판화로 제작한 3D 영상 '타임 스파이'(Time Spy)를 뉴욕의 빌딩 전광판에 상영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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