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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한국화가 유근택 "한지의 물성에서 한국화의 방법론 찾았죠"

2017.08.11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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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분수, 2017, 한지에 수묵채색, 206 x 145cm (갤러리현대) © News1

17일~9월17일 갤러리현대 개인전

"한지를 다루는 작가들은 서양화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저는 한지의 물성이 갖고 있는 공간감과 정서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성을 어떻게 말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거죠."

오는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화가 유근택(52·성신여대 동양화과 교수)이 전시 개막에 앞서 11일 기자들과 만나 신작의 기법적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15년 안식년을 맞아 약 반년 동안 독일 베를린에 머물면서 그리기의 변화를 꾀한 근작과 신작 37점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유 작가는 일상 속 풍경 속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길어올리는 작업을 해 왔다. '어떤 산책'(Pormenade)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도 방, 도서관, 분수 등 주변 풍경들을 소재로 한 회화 작품들을 내놓는다.

유근택, 분수, 2017, 한지에 수묵채색, 145 x 145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작가는 전시 주제에 대해 "총체적인 산책, 존재에 대한 산책"이라고 했다. 도서관에 책이 즐비하게 꽂혀 있는 풍경 가운데 빨래가 널려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옷의 축 처진 모습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것 같은 존재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모기장이 드리워진 방 그림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공간인데도 모기장이 설치됨으로 인해서 안과 밖의 공간이 나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며 "아주 가벼운 일상의 존재들에 의해 나타나는 미묘한 현상에 주목했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의 가장 큰 변화는 기법적인 측면이다. 전통 한지와 동양화 채색 물감을 사용한 한국화임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에서 유화 물감이 두껍게 쌓일 때 만들어지는 마티에르(질감)가 느껴지는 작업이다.

한지를 6배접 해서 두껍게 만들고 강철에 묻어 있는 녹을 긁어낼 때 쓰는 철솔을 이용해 종이를 파고 들어가면서 종이와 안료가 뒤섞여 그러한 질감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종이를 파괴하면서 다시 조립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철솔로 종이를 '물성화'하는 게 나의 정서를 확장시키는 방법론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던 때였어요. 그린다는 것이 지루했고, 새로운 질서가 필요했죠. 그래서 독일로 떠날 때 한지를 제외한 기존에 제가 쓰던 미술 도구들을 하나도 안 갖고 갔어요. 안료도 현지에서 구입했고 붓도 완전히 다른 붓을 사용했고요. 그리기에 대한 방법론을 바꿔보고 싶어서요. 그 후부터 종이의 물성에 대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동양화의 운필만 갖고는 지금 시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양미술이 운필에 대한 담론으로 미학을 발전시켜왔지만, 이제 운필의 문제보다 정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 혹은 사물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거기에서 미학적인 것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현대적인 감수성을 끌어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유근택, 방, 2016, 한지에 수묵채색, 145 x 145cm (2)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질감을 두껍게 만든 시도가 얼핏 유화의 마티에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한지의 스며듬을 통해 드러나는 '공간감'이 서양화의 캔버스와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제가 보여주는 한지의 물성은 유화의 마티에르와는 다른 개념이에요. 한지는 본질적으로 스며 들어가는 공간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두께 2㎜ 밖에 안 되는 종이지만 캔버스의 평면과는 미학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요. 그러한 '스밈의 공간'을 확장시키고 싶은 게 저의 욕구고요."

그는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를 예로 들면서 동양화의 '정서'도 강조했다. "겸재 정선의 회화는 운필의 문제로만 이해하기 힘들어요. 그가 어떻게 사물이나 풍경을 접근하고 대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하죠. '만폭동도'를 보면 만개의 폭포 소리가 울리는 듯한 시적 정서가 있어요. 시각적 표현에서 청각적 감각의 세계를 표현한 겁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정서야말로 오늘날 한국화의 중요한 방법론"이라며 "종이의 물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사물과 나와의 정서적 관계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의 차원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근택, 방, 2016, 한지에 수묵채색, 145 x 145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이번 전시에는 촛불 그림도 있다. 지난 겨울 광화문 촛불 광장에서 비롯된 작업이지만, 작가에게 촛불의 이미지가 맨 처음 각인된 건 10여 년 전 쯤이다.

"합정동 절두산에 신자들이 양초를 무작위로 꽂아 놓고 기도를 하는 장소가 있었어요. 바윗돌에 양초가 제멋대로 휘어져 절실하게 타고 있던 모습이 굉장히 강렬했죠. 촛불 광장을 보며 그 절절한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본격적으로 촛불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네요. 앞으로 다시 해야 할 작업 중 하나입니다."

전시는 9월17일까지 이어진다. 25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며,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 수석 큐레이터가 진행을 맡는다.

유근택, 방, 2017, 한지에 수묵채색, 168.5 x 145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유근택, 산책 - 남자, 2017, 한지에 수묵채색, 180 x 147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유근택, 산책, 2016, 한지에 수묵채색, 147 x 152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유근택, 산책, 2016, 한지에 수묵채색, 148 x 158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유근택, 어떤 도서관 - 아주 긴 기다림, 2017, 한지에 수묵채색, 244.5 x 203 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유근택, 어떤 도서관, 2017, 한지에 수묵채색, 206 x 194cm (갤러리현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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