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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시간을 먹은' 작가 허명욱…단색화같은 '옻칠' 회화

2016.10.27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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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갤러리 아라리오 서울,허명욱 '칠하다'展 2016-10-26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칠하다'展


2008년 처음 만난 '옻'은 온 몸을 부풀렸다. 가려움과 긁음 사이 팔뚝은 '뽀빠이 팔'이 되기 일쑤였다. 참다못한 가려움에 냉장고속에 들어가있기도 했다. 누군가는 냄새만 맡아도 힘들어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간 씨름하다, 결국 제압된 옻은 그에게 놀라운 색을 선사했다.

'옻칠'은 그를 무경계로 나아가게 했다. 사진작가에서 회화 설치 영상 가구 작업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뉴시스】허명욱의 옻칠 가구 2016-10-26

서울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허명욱(50)은 "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며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가 6~7살때부터 한 경험, 시간, 정서,그때 본 색을 먹은 게 두뇌속에 있는 것이고, 그게 풀어져서 나온겁니다. 장르 구분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걸 해야겠다고 해서 나오는게 아니라 그냥 이어서 하는 것일뿐입니다." 금속공예를 전공했고, 사진작업을 해왔다.

【서울=뉴시스】허명욱,무제Untitled, 2016, 금속에 옻칠, 금박 Ottchil and gold leaf on metal, 120x120cm 2016-10-26

27일부터 '칠하다(Overlaying)'을 타이틀로 걸고 선보이는 작품은 금속위에 삼베를 댄 옻칠 신작 10여점이다. 회화같은 가구도 함께 선보인다.

바랜듯하면서도 중후하고, 느낌 좋은 색들이 어우러졌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6일 허명욱 작가가 아라리오갤러리에 설치된 '시간을 담은 노란통'들을 소개하고 있다. 2016-10-26

칠하고 칠하고 칠해서 나온 색들은 기본 80개의 색들이 겹쳐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영상에서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볼수 있다.

회화는 '신간의 중첩'이다. 무수히 반복하는 시간의 무게가 두텁게 쌓인 쌓인 색과 칠로 보여준다.

【서울=뉴시스】허명욱,무제Untitled_2016_금속 위에 옻칠, 금박Ottchil and gold leaf on metal_120x120cm. 2016-10-26

"작업은 힘들어요. 노동이지요. 하지만 칠하면 칠할수록 또 시간이 지날수록 채도가 좋아지면서 색의 기운이 더 좋아져 계속 칠하게 합니다."

1년 내내 30도 이상의 온도와 70% 습도를 유지한, 고온다습한 여름과 같은 실내환경에서 ‘생칠’에서부터 수십 번의 ‘흑칠’을 마치면 꼬박 서너 달이 흐른다.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흑칠 이후, 금속 캔버스에 처음 입힌 삼베를 절개하고 그 면에마감칠인‘이자지칠’이 올라가면 화면 상 시간은 정지한다.

【서울=뉴시스】허명욱, '칠하다'전이 27일부터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2016-10-26

이 정지한 시간이 작가 즉, 인간이 설정한 인위적인 시간을 대변한다면 반대편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영역은 자연적 시간에 의해 소멸로 향하는 시간을 은유하고 있다.

순도 99.9%의 금박을 사용한 작품 '무제' 시리즈 3점도 화려함보다는 묵직함을 전한다. "금박을 사용한 것은 금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옻칠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입니다. 수천년이 지난 유물도 나무는 썪지만 옻칠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잖아요. 금은 옻의 특성 때문에 채도가 높아지고 색이 명료해지는겁니다."

'시간을 먹은' 작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수십개의 용기(容器)를 쌓아 만든 설치작품도 있다. 폭 30cm가량 되는 옻칠된 용기 200여개가 두 무리에 나누어 진열되어 있다. 나이 성별 직업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6개월간 사용한 것을 다시 모은 것으로 사용자에 따라 달라진 시간의 흔적이 배어있다.

옻칠에 푹 빠진 그가 수행하듯 켜켜이 색을 낸 작품은 보는 순간 편안하다. 발광하는 색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품은 듯한 곰삭음의 힘이 전해진다. 서양 물감으로 칠한 단색화와 달리 천연재료를 머금은 진정한 단색화의 새 버전같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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