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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정조가 폰트 개발·타이포그라피 원조 조상인 거 아시나요?"

2016.06.26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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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활자 연구와 전시 준비에 힘써 온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연구관. 그가 박물관 연구원들과 함께 준비한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가 오는 21일부터 오는 9월11일까지 열린다. /사진=김유진 기자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활자 덕후'된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9월11일까지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 기획

"활자가 얼마나 예쁘던지, 보자마자 그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예뻤고, 사랑에 빠졌다.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연구관의 활자와 인연은 13년 전 유물관리부에서 일하면서다.

그가 유물관리부에 처음 왔을 때 박물관 수장고에는 83만 점의 활자가 6. 25 전쟁 당시 폭격당한 활자장에 정리되지 않은 채 담겨있었다. 아름다운 활자들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 연구관은 활자 조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선 시대 금속활자 문화는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발달한 인쇄 문화인데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어 속상했죠."

활자에 매달린 그는 어느덧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진위 논란이 벌어진 ‘증도가자’(證道歌子) 검증 당시 진품이라는 의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분석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그는 국내 최고의 ‘활자 전문가’가 됐다.

이 연구관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9월 11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고려3실에서 열리는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회를 기획했다.

"손톱만 하게 작은 글씨를 나무에 새긴 뒤에 곱디고운 흙으로 만들어진 점토에 찍어요. 그 무늬에 금속물을 부어 주조하죠. 작은 활자 하나에 얇은 획을 모두 새겨넣는 것은 당시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는데요. 조상들이 그 대단한 일을 해낸 거죠."

이 연구관은 세종이나 정조 등 활자와 책을 사랑했던 조선의 임금들이 다른 어떤 예술품보다도 활자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금 장신구를 즐겨 사용했던 삼국 시대나 귀족적이었던 고려 시대의 왕실과 달리, 조선의 왕실은 매우 소박했다는 것이다. 백자 달항아리가 가진 단순함을 최상의 미로 여겼던 조선의 왕실이 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 분야가 바로 ‘활자’였다.

그는 "정조는 지금의 ‘타이포그라피’(typography, 활자 인쇄술을 가리키는 말로 오늘날에는 주로 글자와 관련한 디자인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열풍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정리자(整理字), 임진자(壬辰字), 한구자(韓構字), 생생자(生生字) 등 수많은 '폰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이번 전시를 찾는 시민들을 전시 설명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만날 계획이다. "조선의 활자 문화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 설명회, 책자 등을 통해 알려 나갈 생각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11일까지 열리는 '활자의 나라 조선'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글 금속활자. /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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