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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편견'에 늘 화가 나는 화가, '틀을 부수는' 한태희 작가

2015.11.25

[머니위크] 장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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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희 작가. /사진제공=아트1

“상식이라는 것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게 너무 화나요.”

세상이 정해놓은 어떤 선입견이 내포된 큰 틀. 그것이 상식이라고 한태희 작가는 말했다. 단지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인데 상식이라는 통념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항상 화나 있다.

한 작가의 화는 오롯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가시 같은 뾰족한 선들이 무수히 그어진 날카로운 공간, 여기저기 흩뿌려진 물감들이 주는 싸늘함. 추상화인 그의 작품을 섣불리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화가 소용돌이치는 와중에도 형언할 수 없는 따스함이 느껴진 것이었다.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그림에서 발견하다니 의아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로 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답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하나하나에 보내는 그의 애정 섞인 시선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그의 이메일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betweenunme’(너와 나 사이).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이 한 단어에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편견에 상처받고 시작한 미술

학부시절 한태희 작가는 철학과를 전공했다. 원래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학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일반 대학에 가길 원해서였다. 철학에 큰 뜻을 두고 입학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철학과에 들어가길 잘했다고 한 작가는 말했다.

“저는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명확하게 밝히는 것을 좋아해요. 철학과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우잖아요. 또 철학과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미술도 철학과 전혀 거리가 먼 작업은 아니죠.”

학부를 무사히 졸업한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에 마케팅 기획분야로 취직했다.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2년여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틀에 박힌 삶에 대한 염증이었다. 선입견으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겠다고 확신한 것도 이때였다.

“회사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적이 있어요. 별거 아닌 일이기도 하고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당시 이사님이나 차장님은 제가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니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대요. 당시는 그런 사회였으니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열변을 토하던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전에 몸이 아파서 한의원에 갔더니 커피 마시지 말고 따뜻한 것만 먹으라고 하더군요. 과일은 파인애플이랑 복숭아만 권했구요. 그때 친구 부부랑 카페 갈 일이 있었는데 마땅히 먹을 수 있는 게 파인애플주스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걸 데워달라고 점원에게 부탁했더니 친구 부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절 이상하게 보더라구요.”

한 작가의 몸상태를 알고 나면 당연한 부탁이다. 오히려 먼저 주스를 데워줄지 묻고 싶다. 하지만 행동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다며 사람들은 앞뒤를 고려하지 않고 그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본 것이다.

“생각이라는 건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건데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아요. 어떤 카테고리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죠. 한데 묶어서 충분히 소화하지 않고 ‘그냥 다 그런 거야’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이 제일 싫어요. 이런 것들이 제 작품의 주제가 돼요.”

Stubborn as a nail. /사진제공=아트1

◆치열한 고민과 분석으로 '재탄생'

한 작가는 계속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생각을 틈틈이 수첩에 적는다.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그대로 종이에 뱉어내는 게 아니다. 치열한 고민과 분석이 그의 작업 첫단계다.

“어떤 편견에 화가 나면 감정을 명확히 증명해 내려고 노력해요. 환경이나 상황들을 계속 분석하고. 예전에 마케팅 기획일을 했을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분석하다 보면 어떤 중요한 것이 뽑히죠. 그러면 이걸 다시 이미지 할 수 있는 형상을 연구해요. 제 작품이 100이라면 이렇게 구성되는 부분이 50이고 나머지 50은 단순히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림에서 복잡 미묘한 것들이 뒤엉킨 느낌을 받은 건 한 작가의 작업 과정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그의 작품에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봐야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을 듣고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하늘을 보면 밝음, 희망, 미래 같은 것을 떠올리죠. 분명 어떤 사람은 하늘이 그냥 비어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제 작품을 설명하는 것도 선입견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느껴줬으면 해요.”

그렇다면 작가가 기쁜 감정을 그림에 표현했는데 사람들이 슬프게 받아들였다면 이것도 정답인 건지 궁금해졌다. 용기 내어 무지한 질문을 한번 더 던졌다.

“아마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인간은 공감이라는 걸 하기 때문에. 색, 선, 도형이 주는 기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 나머지를 다양성이라고 하는 겁니다. 예컨대 똑바른 삼각형과 거꾸로 된 삼각형을 보여주며 어떤게 안정적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똑바른 삼각형이 안정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면 작품의 표현법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작가는 추상미술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임을 만들고 강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추상미술이 전혀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가 던지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는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소중하듯 너도 소중한걸 알아야 해요. 우리 모두 무슨 이유 없이도 그냥 존재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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