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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제주비엔날레의 발견, '알뜨르비행장'

2017.09.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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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곤 작가의 '파랑새'다. 쪼갠 대나무를 엮어 만든 9m 높이의 대형 조형물로, 파랑새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투어리즘' 주제로 한 '제주비엔날레' 12월3일까지

'정뜨르'와 '알뜨르'는 일제강점기 비행장이 있던 제주의 지역 이름이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으로 쓰이는 정뜨르 비행장과, 남쪽의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의 대표적인 군사시설이었다.

특히 일본 해군은 1931년부터 모슬포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활주로, 비행기 격납고, 탄약고 등이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중일전쟁 초기 이곳을 폭격기지로 사용했다. 진주만 공습 이후에는 제주 남부 해안을 군사기지화하며 이 비행장을 4배 이상 규모로 확장하기도 했다.

일제의 수탈, 4·3사건 등 역사의 상처가 새겨진 알뜨르 비행장에 미술 작품들이 채워졌다. 지난 2일 개막한 '제주비엔날레'의 주요 전시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이 곳이다.

오는 12월3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 원도심, 서귀포시 원도심, 그리고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투어리즘'이다. 제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광에 대한 총체적 점검 및 성찰을 미술을 매개로 해 본다는 취지다.

그 중에서도 알뜨르 비행장은 '다크 투어리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크 투어리즘은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일컫는다. 일제 수탈의 역사와 무장세력에 의한 대량 학살이라는 참사의 기억이 아로 새겨진 이 곳을 돌아보며 여행의 색다른 의미를 가져볼 수 있도록 제안한다. 올해 처음 선보인 제주비엔날레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전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 흔치 않은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의 너른 들판에는 19기의 비행기 격납고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드문드문 보인다. 반원 형태의 콘트리트 구조물들이 흙더미와 이름 모를 잡풀들로 뒤덮여 있다. 격납고 10기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IVVAIU, 구본주, 최평곤, 김해곤, 강문석, 강태환, 임경섭, 서성봉, 최고팀, 전종철, 옥정호, 하석홍&한재준의 작품이 이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 설치돼 있다.

2010년 박경훈, 강문석 작가가 제주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에 설치한 작품. 일본 해군의 제로센 전투기를 형상화했다.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박경훈, 강문석 작가의 설치작품 앞에 옥정호 작가의 무지개빛 '진지'가 보인다. 진지는 본래 자신을 적으로부터 은폐, 엄폐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옥정호 작가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진지의 의미를 전복시켰다. 평화의 제스처로 읽히는 작품이다.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강문석 작가는 또 다른 격납고에 전작을 발전시킨 비행기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부러진 채 땅에 박힌 모습의 제로센 전투기를 형상화했다.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비행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최평곤의 '파랑새'다. 쪼갠 대나무를 엮어 만든 9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이다. 파랑새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대나무는 동학농민군들이 사용했던 죽창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작가가 표현한 인간상은 모서리가 둥글고 긴 부드러운 형태다. 사방으로 부는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격납고 2곳에서는 강문석 작가의 작품 2점을 볼 수 있다. 제로센 전투기를 철제로 재현한 작품이다. 제로센 전투기는 1940년 도입된 일본 해군 항공대의 경량급 전투기로,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이 연합군 공격에 가장 많이 사용한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부러진 채 땅에 박힌 모습의 제로센 전투기를 통해 전쟁이 남긴 폐허의 모습을 환기시킨다.

전종철 작가는 격납고 입구에 직육면체 철망 구조물을 세웠다. 격납고 안으로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철망 구조물 사이에는 제주 자연석들을 끼워놨다. 역사의 기억을 간직한 돌멩이들이다. 격납고 안에는 작은 꽃밭과 함께 철제 벤치를 만들었다. 철망 구조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을 관조할 수 있도록 했다.

서성봉 작가의 '감싸안음'은 현무암을 깨서 바닥에 깔고, 돌을 감싸 안고 있던 스테인레스 선을 부서진 돌 위에 올린 작품이다. 돌의 형상을 드러낸 채 스테인레스 선이 과거의 '부재'를 가시화한다. 알뜨르 비행장이라는 잊혀진 역사를 부각시키는 설치작이다.

알뜨르 비행장 외에도 제주 서쪽 해안을 따라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을 투어할 하며 제주 투어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전종철 작가는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입구에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직육면체의 철망 구조물을 세웠다. 철망에는 역사의 흔적들을 기억하는 돌들을 끼워 넣었다. 격납고 안 쪽에는 꽃밭을 조성하고 철망으로 된 벤치를 만들어놨다.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철망 구조물로 표현하고 평화로운 격납고 안에서 밖을 관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전종철 작가의 작품. 2017.9.1/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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