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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외국인 관장 1년…국립현대미술관이 얻은 것과 잃은 것(종합)

2016.12.0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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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전시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지난해 12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으로 임명됐다. 2016.12.0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취임 1년 맞은 마리 관장, 미술관 '혁신' 최대 방점,
예산 45% 증액 역대 최대…'마리 프로젝트' 본격 가동.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부임한 첫 해인 2016년의 노력이 가시적인 변화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1년간 미술관의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3년의 전시들을 기획하고 연구해 왔습니다."

오는 14일 취임 1년을 앞두고 5일 기자들과 만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말이다. 그는 '취임 1년간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미술관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같이 말하면서 "진짜 성과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리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첫 외국인 수장으로 국내 미술계의 '서울대-홍대' 출신 간 고질적인 학연 싸움을 깰 수 있는 '미술계 히딩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취임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아직까지 한 게 없다"는 쪽과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갈린다.

"2016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동시대 작가들과 어떻게 협업하는지를 보여줬던 한 해"라고 돌아본 마리 관장은 "나에게는 한국의 훌륭한 작가들을 발견하는 해이기도 했다"면서 "올해 전시는 이미 기획이 돼 있던 터라 이를 지원하는 데 역할이 그쳤지만, 앞으로는 향후 3년 간의 전시 기획을 사전에 준비해 최상의 상태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소통이 여전히 미흡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한국어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약속한다. 약간의 인내심과 이해를 갖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전시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지난해 12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으로 임명됐다. 2016.12.0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내년 미술관 최대 역점 사업은?

마리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술관 '혁신'에 최대 방점을 둔 전시 기획, 공공프로그램 계획 등을 내놨다.

먼저 전시 기획에 있어서는 중·장기 전시전략 수립 체계를 확립하고, 오는 2017~2019년 주요 전시 계획을 연내 조기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전시, 공동제작, 해외순회전 등을 사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전시는 미술관 3관에 맞게 기획된다.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 미술사와 근대성, 과천관은 현대미술사, 서울관은 폭넓은 동시대미술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리 관장은 "전시를 기획하는 건 빌딩을 세우는 것과 같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원(One) 뮤지엄'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덕수궁관, 서울관, 과천관 3관이 각기 다른 특수성도 갖고 있다. 이러한 특화된 특수성에 기반해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시의성 높은 전시를 구성하기 위해 전시회의 시스템의 심의 단계도 현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한다. 이와 함께 근대미술, 회화·판화·조각, 공예·디자인·건축, 사진·뉴미디어·퍼포먼스, 국제미술교류까지 5개 전문 분과회의를 활성화해 학예직의 전문역량을 강화한다. 전시관련 연구, 교육, 학술, 출판 연계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 프로그램과 출판 프로그램의 각각 총괄담당자를 따로 지정하기로 했다.

내년 주요 전시로는 4~7월 덕수궁관에서 '예술이 자유가 될 때: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이 예정됐다. 1930년대 이후 이집트 아방가르드 운동의 궤적을 밝히며 비서구, 비주류 미술을 고찰하는 전시로,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를 순회전 형식으로 가져온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 그림자들'전도 내년 2~6월 서울관으로 가져온다. 7~10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전은 사회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해 온 폴란드 출신 작가 보디츠코의 40년 작업을 돌아보는 회고전으로, 마리 관장은 "앞으로 아시아 여러 기관들과 협업해 기획 전시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와 새로운 미술관학적 방법론을 위해 학술 및 고등 연구 프로그램인 'MMCA 공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담론 연구와, 고품질의 한국미술 관련 출판물에 방점을 둔 이른바 '마리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테이트 아시아 연구센터'와 함께 아시아 미술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함께 국·공립미술관의 컬렉션에 대한 큐레이터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플럭스'(e-flux) 등과 손잡고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출판 시스템도 체계화한다. 미술관 학예실 내 출판 담당자를 포함해 핵심 담당자들로 구성된 출판 운영 협의체를 신설하고, 국내외 출판 기관과 협업해 출판물 기준 통일 및 공공 프로그램 연구를 기반을 한 주제별 콘텐츠를 전문화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미술 관련 영문 출판과 보급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전시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지난해 12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으로 임명됐다. 2016.12.0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외국인 관장 부임 이후 예산 45% 증액…역대 최대 규모

미술관 측은 관장 부임 이후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예산 증액을 꼽았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립현대미술관 2017년 예산은 총 724억원이다. 올해 예산 499억원보다 45% 가량 증액됐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 예산이며,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와 그의 측근 차은택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내년도 문화·체육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기로 한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은 문체부 산하 기관 중 유일하게 삭감없이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미술관 한 관계자는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예산안 기획서 자료를 잘 만든데다, 국회에서 제기되는 질문들과 추가 자료 제출에 대처를 잘 했다는 얘기를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재정실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 중 '공공프로그램' 등 '마리 프로젝트'로 신규 확보한 예산은 42억원이다. '공공프로그램'에 4억원, 다국어 출판에 3억원, 해외 교류 전시에 13억원, 디지털 고객서비스에 7억원, 그리고 덕수궁과 과천관의 야외프로젝트에 각각 5억원과 10억원이 투입된다.

전시 관련 예산은 야외 프로젝트를 포함해 89억원이다. 올해 74억원에 비해 15억원 증가한 수치다. 소장품 예산 역시 올해 53억원에서 8억원이 늘어난 61억원으로 책정됐다.

미술관 측은 이 밖에도 '빠른 청주관 건립 진행'을 마리 관장 1주년 성과로 꼽았다. '수장고 속 미술관'을 콘셉트로 당초 2019년 준공 예정돼 있던 것을 2018년 12월 준공할 수 있도록 청주시와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협의 완료했고, 총 사업비 578억 중 내년 154억원도 이미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 '마리표 해외 네트워크' 역시 성과로 내세웠다. 미술관 관계자는 "테이트 아시아 연구센터, 이플럭스, 테이트 등과 공동 심포지엄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로 향할 수 있도록 담론을 이끌어냈다"며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국립싱가포르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전시를 공동 주최하고, 스페인국립미술관과 소장품 연계를 협의하는 등 마리 관장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기관들과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 News1 이동원 기자

◇"외국인 관장 여전히 한국어 소통 안된다" 지적도

이날 간담회는 여느 때처럼 영어로 진행됐다. 미술계 안팎에서는 취임 1년이 다 돼가는데도 한국어 소통이 여전히 어려운 외국인 관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마리 관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한국어가 늘지 않았다"면서 "한국어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약간의 인내심과 이해를 갖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서울관 운영부와 과천 학예실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미술계 지적에 대해서는 "직원들 간 갈등과 긴장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모든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있으며, 부서간 협업도 무리없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출신 관장'인 그는 '관장은 큐레이터와 역할이 다르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한 답을 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큐레이터로 일해 온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관장으로서 나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큐레이터 출신이라고 해서 직접 큐레이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터로서의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술계 일각에서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관장이 조기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한데 대해서도 "사임은 내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직은 넘치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 퀄리티 높은 전시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위로는 문체부라는 공무원 조직이 누르고, 아래로는 미술관의 터줏대감인 학예팀의 텃새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마리 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지난 1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서 조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세부적으로 유럽과 다른 부분들도 있었으나, 공통적인 건 국립미술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과 유럽이나 한국 모두 국립기관으로서 변화의 수용에 시간이 걸릴수 있다는 점이며,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하고 조금씩 변화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한 어조로 밝혔다.

또 "한국 미술계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주체와 목소리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미술관이 이들을 함께 지켜나가는 것 또한 우리 역할 중 하나"라고도 했다.

현재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제기한 '미인도' 소송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므로 코멘트 할 것이 없다. 우리는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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