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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주말-전시] '그림' 감상은 '그리움' 달래는 시간

2016.09.2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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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백영수, 정오 Midday, 2012, Oil on canvas, 162x130cm 2016-09-21

출근길, 자동차 시동키를 누르면서 무심히 바라본 유리창에 노란 낙엽이 접은 편지처럼 끼워져있더라고요. '아, 가을이 왔나'하며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나무는 아직 새파란데…. 그런데 휘리릭 빠져나오는 아파트길은 어제같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빽빽한 도시를 지나 주차장에서 차키를 '삑삑' 누르다. 아차 하고 보니 그 노란 낙엽은 어느새 날아가버리고 없더라고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도종환의 시 '가을비'중).

벌써 주말입니다. "지난 시간 내내 나는 일에게 충실했어" 그렇다면 주말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쇼파와 한몸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살아있는 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조용한 전시장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시내 곳곳 갤러리에서 전시가 한창입니다. 그리움이 '그림'을 낳는다고 하죠. 마음속의 어떤 그리움, 전시장에서 풀어보면 어떨까요.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백영수 개인전

【서울=뉴시스】백영수, 말 Horse, 2016, Box, label, paper collage, 75x95cm 2016-09-21

원로작가 백영수(94) 화백의 아이같은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엄마등에 붙어있는 아이, 한치라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는 아이와 천진난만한 화면이 '어머 좋다'를 감탄하게 할 겁니다. 지난 50년 이상을 ‘모자상(母子像)’에 천착한 백 화백은 아직도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두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스물살도 안된 젊은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아이를 키우기위해 얼마나 삶이 고됐을까요. 그런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고팠고,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모성에 동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동이 불편해 옛날처럼 유화는 못그리지만, 틈틈이 그려낸 드로잉과, 색감 좋은 종이박스를 펼쳐 만들어낸 콜라주작업은 마음을 순해지게 합니다. 백화백은 이중섭의 친구이자 '신사실파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사간동 현대화랑 이건용전

【서울=뉴시스】현대화랑 이건용 개인전 2016-09-23

한국 1세대 전위미술가 이건용의 작품은 지금봐도 새롭습니다. 엉뚱함으로 미술판을 바꾼 인물입니다.

1975년 서울 충무로 백록화랑에서 그의 대담함이 표출됐습니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서 분필로 사각 형태의 선을 그으며 발바닥으로 조금씩 앞으로 움직여 나갔습니다. 삐죽삐죽 그려진 사각형 위에 미리 준비한 하얀 종이를 깔더니 느닷없이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흩뿌린 뒤 한참 뒤 종이 조각들을 빗자루로 쓸어 모아 작은 형태의 사각형 모형을 만든 뒤 일어나서 “끝났다”고 말합니다. 면적(대상)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상황을 몸으로 연출한 그는 이 작품 제목을 ‘동일면적’으로 붙였고,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사회에서 ‘불온미술’로 간주하던 행위미술의 ‘물꼬’를 터 준 계기가 됐됩니다.

‘아방가르드 그룹’(AG)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그는 1973년 파리비엔날레에 ‘신체항’을 발표해 국제 화단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74세의 이건용은 당시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사회 체제와 당대 권력이 모든 담론을 장악하던 시대에, 신체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그리겠다는 것은 보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했던 시대의 산물”이라고 합니다.암울한 시대상황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신체 드로잉을 선택했다"는 것. 전시장에는 70년대 그가 팔을 뒤로하고 그린 그림이 나와있는데, 아무리 봐도 신기합니다. 역시 배가 고프고 억압되어야 예술이 생성되는가 봅니다.

【서울=뉴시스】김덕기, 가족 - 함께하는 시간, 2014, Acrylic on Canvas, 193.9X259cm 2016-09-18

◇인사동 노화랑 김덕기전

동화같은 그림입니다. 알록달록 현란한 색감으로 취하게 만드는데, 쉽게 보이는 이 그림 알고보면 달라집니다. 배경을 매끈하게 칠하고 일일이 점으로 찍어 풍경을 완성했습니다. 점묘법과 공필화를 넘나든다고나 할까요. 붓으로 콕콕콕 점을 찍어 만든 그림은 단색화가들의 '무념 무상' 개념과도 맥이 닿아서인지. 한점 한점이 거대한 풍경으로 나타난 화면은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게 합니다. 생생함과 순수함이 넘치는 그림은 보는 순간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작가는 미술시장에서 행복한 그림, 행복한 작가로 불리는 김덕기 작가입니다. 고등학교 미술선생을 하다 그림이 좋아 전업작가로 돌아섰습니다. 여주에서 10여년째 가족과, 주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며 꾸준히 성실하게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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