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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환상으로 이끄는 마술같은 그림...박민준 '라포르 서커스'

2018.10.2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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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갤러리현대서 6년만 개인전 회화 조각 전시
'라포르 서커스’ 집필...소설속 주인공들 화폭에 재연

【서울=뉴시스】 박민준, 라푸-파랑새를 잃어버린 광대 Rapu-Missing Bluebird, 2018, Oil on canvas, 45x35.5cm

"중요한 건 말이야, 파랑새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거야. 파랑새만 꼭 붙들고만 있었다면 그 사단은 나지 않았을 텐데.언제고 이때다 싶으면 반드시 온 힘을 다해 꼭 붙들어 매어 두라고. 그리고 절대 놓치지 않는 거야.그게 중요한 거야."(소설 '라포르 서커스' p.70)

서구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정밀한 회화적 필법으로 주목 받아온 작가 박민준(47)개인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24일부터 열린다.

2012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라포르 서커스 Rapport Circus'를 타이틀로 신작 회화 20여점과 조각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박민준의 작품은 마치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를 미술에 적용한 것처럼 환상적이다. 현실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인물들과 신비로운 상황들을 화폭에 담아냈다.

'라포르 서커스'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로, 작가가 직접 집필한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라포르 서커스’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다. 곡예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어느 무대에서건 돋보이던 형 라포와 그런 라포의 그림자였던 동생 라푸가 주인공으로, 광대의 좌절과 슬픔을 묘사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서구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정밀한 회화적 필법으로 주목 받아온 작가 박민준의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 Rapport Circus'전이 24일부터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존재하는 듯한 가상의 서커스단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연했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소설속 이야기를 주인공들이 튀어나와 한바탕 서커스를 펼치는 것. 생소하고 초현실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색감과 장식이 화려하고 과장되게 표현됐다.

단원들의 용모는 구체적이고 생생한데, 이는 전적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환상 속 인물들이다. 맹인 곡예사부터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 원숭이, 복화술을 하는 꺽다리 관장,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동물 조련사, 칼 던지기 묘기의 명수 등 성대한 축제의 화려한 이미지가 화면 속에서 재생된다.

【서울=뉴시스】 박민준, 엘카드몬 El Kadmon, 2016-2017, Oil on canvas, 160x120cm

전시장 1층은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조각들이 전시됐다. 3점의 작은 조각들은 동물 조련사 ‘엘레나’, 단검의 명수 ‘아이카’, 그리고 곡예사‘라푸’로작가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들이 단상 위에 놓인 것처럼, 작가는 자신이 빚어낸 평범한 캐릭터들을 화려하게 채색된 나무 폴대 위에 올려놓으며 신격화시킨다.

2층은 박민준 회화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던 세세하고 정교한 필법과 대비되는 거칠고 활달한 붓질이 적극적으로 쓰인 연작들이 주를 이룬다. 이 작품들은 작가 박민준의 작품들이자 동시에 소설 속 주인공 ‘라푸’의 그림으로, 라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커스 단원들 또는 주변에 일어난 사건들을 그린 그림이기도 하다.

전시장 중앙에는 실제 서커스장에 있을 법한 오래된 의자가 놓여있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의자에 앉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마치 천막 아래에서 서커스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지하1층은 300호와 100호의 대형 회화들로 채워졌다.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기 전 완성한 작품으로,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주인공 ‘라푸’가 그린 그림이 현실에서 완성된 그림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1층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라푸’의 줄타는 모습이 대형 조각으로 재현되었다.

【서울=뉴시스】 판테온 Panteon(Pantheon), 2016-2017, Oil on canvas, 210x291cm

박민준은 자신이 상상해낸 새로운 이야기에 신화적 이미지 혹은 역사적 일화를 얹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은’ 색다른 장면을 연출, 신비한 회화의 세계로 이끈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학문적인 이야기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이미 정립된 통상적인 상징과 기호들을 파고들어 연구하며, 대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정보를 조합하고 정교하게 채색한다.

작가로서 "예술이란 단지 개념이나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미적인 가치와 육체적 노동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신념이다.

박민준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 후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7년간 뉴욕에서 거주해온 작가는 2015년 귀국한 후 제주도에서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11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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