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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국적·장르 경계없는 확장…독일 현대미술의 힘 '도큐멘타'

2017.06.2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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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셀에서 열린 현대미술 축제 '카셀도큐멘타14'의 주 전시장인 프리드리히 광장의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미술관 굴뚝에서 카톨릭의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콘클라베'를 연상하게 하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17.6.17/© News1 김아미 기자

[유럽 4대 그랜드 아트투어 ③] '유럽인 축제'에 전세계 이목 집중
올해 카셀도큐멘타 예산 420억원…대부분 작품 제작비로

편집자주: 베니스비엔날레, 스위스 아트바젤, 독일 카셀도큐멘타14, 뮌스터조각프로젝트까지…. 6월 중순 유럽에서 동시에 열린 4대 미술축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건 10년 만의 기회였다. 뉴스1은 국내 언론사 처음으로 4대 축제를 모두 돌아봤다.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을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굴뚝'으로 변한 독일 카셀의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꼭대기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지난 4월8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먼저 열린 5년제 미술전 '도큐멘타'(Documenta)의 시작을 알리는 연기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다니엘 노어(Daniel Knorr)의 작품 '날숨 운동'(Expiration Movement·2017)이다.

노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통화개혁 비밀회담이 열렸던 상징적인 장소 카셀과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건축물인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에서 히틀러에 의해 자행된 '분서갱유'와 나치의 유태인 강제수용소 '화장터'를 연상케 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는 또한 카톨릭의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콘클라베'(Conclave) 의식을 차용한 것으로도 읽힌다. "연기는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했던 노어의 말처럼, 역사의 과오를 상기시키며 동시에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다층적인 함의를 미술관 굴뚝 연기에 실어 보냈다.



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in)의 대형 설치작품 '책의 신전'(Parthenon of Books)을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신전을 본딴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약 10만권의 기증된 '금서'들로 만들어졌다. © AFP=뉴스1

노어의 작품 바로 옆에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형태를 본 딴 거대한 책의 신전이 세워졌다. 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in)의 대형 설치작품 '책의 파르테논'(Parthenon of Books)으로, 약 10만 권의 기증된 '금서'들로 만들어졌다. 그 금서 목록에는 프란츠 카프카, 파올로 코엘료의 책들이 있고, '해리 포터'나 '다빈치 코드'도 있다.

노어와 미누힌의 두 설치 작품은 도큐멘타가 무엇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1995년 도큐멘타가 시작된 역사적 동력은 파시즘의 종말과 냉전의 시작이다. 당초 19세기 후반부터 독일 전역에서 열려왔던 '연방원예전시'의 부대행사격 미술 전시를 오늘날의 형태로 기틀을 잡은 건 카셀아카데미의 교수 아르놀드 보테(1900-1977)다.

카셀 시내 광장에 천막을 세우고 미술전을 열자는 보테의 제안에 미술사가 베르너 하프트만(1912-1999)이 가세하면서, 도큐멘타는 나치에 의해 '퇴폐미술'로 낙인찍힌 '모던 아트'의 복권과 기록(Documentation)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오늘날 미술사를 기록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조각 작품 '하늘을 걷는 사람'('Man walking to the sky)이 도큐멘타14가 열리고 있는 독일 카셀의 하우프트반호프(중앙역) 입구에 설치돼 있다. 2017.6.8/© AFP=뉴스1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도큐멘타는 그리스 아테네(~7월16일)와 독일 카셀(6월10일~9월17일)에서 열렸다. 총감독 아담 심칙이 내 건 주제는 '아테네에서 배우기'다. 카셀의 기본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서구 예술의 정신적 지주이면서 경제적 변방인 그리스의 위상을 겹쳐 보이며 유럽의 이야기를 꺼낸다.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은 이같은 주제전으로 채워졌다. 네온을 이용한 '라이트 아트'로 유명한 스테판 안토나코스를 비롯해, 블라시스 카니아리스, 비아 다보, 모나 하툼, 야니스 쿠넬리스 등 그리스 출신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포함한 그리스현대미술관(EMST)의 소장품 200여 점을 프리데리치아눔에서 선보였다.



그리스 출신 작가 블라시스 카니아리스(Vlassis Caniaris)의 설치 작품 홉스카치'(Hopscotch, 1974) 2017.6.7/© AFP=뉴스1

국적도 장르도 경계없는 '무한확장'은 도큐멘타가 가진 강점이다. 유럽의 역사와 시·공간에 근간하면서도 국적에 관계없이 탈매체·탈장르를 추구하는, 여전히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유럽 미술전은 유럽인들뿐 아니라 아시아인을 포함한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 모은다.

루터 광장 골목의 옛 우체국 건물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노이에노이에 갤러리의 꼭대기층에서 펼쳐지는 어둠 속의 '렉처 퍼포먼스'는 탈매체·탈장르의 단적인 예다. 28분 동안 관람객들을 암흑 속에 가둬놓고 오로지 퍼포머 2명의 목소리만으로 예술과 역사, 사랑 따위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인 이 작품을 '경험'하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기꺼이 줄을 선다.



멕시코 예술가 기예르모 갈린도(Guillermo Galindo)의 설치 작품 앞으로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2017.6.7/© AFP=뉴스1

도큐멘타가 오로지 작품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데에는 도큐멘타 예산의 대부분이 작품 제작을 위해 쓰여진다는 사실에도 기인한다. 도큐멘타의 CEO인 아네트 쿨렌캄프에 따르면, 올해 도큐멘타에 들어간 예산은 약 3700만달러(약 420억원)다. 예산의 절반은 독일 헤세주와 카셀시, 그리고 연방문화재단(the Kulturstiftung des Bundes)의 지원으로 채워진다.

도큐멘타 전시회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다음 전시를 위해 재투자된다. 특히 재원 중 대부분은 작가들이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전시회가 끝나면 작품은 고스란히 작가의 '자산'으로 편입된다.

이는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걸고 국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 내는 국내 미술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30~40억원 선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 중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커미션 피'(작품 제작 비용)는 극히 일부다.

게다가 불과 서너 차례 행사를 치르고 폐지되는가 하면, 5년은 커녕 '격년제'인 비엔날레를 1년에 한번씩 이름을 바꿔가며 치르는 지자체 행사들도 있다. 우리도 이제 장기적인 비전을 토대로 미술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함을 도큐멘타는 보여준다.



폴란드 출신 예술가 표트르 유클란스키(Piotr Uklanski)의 설치 작품 '리얼 나치스'(Real Nazis)를 한 여성 관람객이 바라보고 있다. 2017.6.10/©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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