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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현장+]‘미술품’ 품평장 된 유남석 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2017.11.10

[머니투데이] 유동주,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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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1층 중앙홀에 걸려 있는 민경갑 화백 '희망의 나라' (헌재 사이버 역사관 작품설명 :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와 피로에 지친 우리 생활공간 속에, 신선한 휴식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푸른 산과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배경으로, 용트림하는 소나무와 솜털처럼 부드럽고 고요한 운해(雲海)에 내일의 희망찬 나라로 힘차게 날개짓을 하는 학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과 의욕으로 아름다운 내일을 일구어 내고자 하는 기원을 담음. < 설치장소: 중앙홀 우측, 1993년 작품 >/사진= 헌재 사이버 역사관

[the L]8일 인사청문회, 법원·헌재 걸어 둔 장인 그림 두고 與野 하루 종일 공방…9일 청문보고서 채택돼 임명예정

2017년 11월 27일 업무개시 예정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신청사에 걸려 있는 민경갑 화백 작품 '자연과의 공존 12-1'/사진=공공미술포털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미술품 품평회를 방불케 했다.

인사청문을 위한 자료제출과정에서 유 후보자 장인인 민경갑 화백의 그림이 법원과 헌재 등에 걸려 있는 게 알려지자 특혜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 화백 작품들이 후보 당사자보다 더 화제에 중심에 선 듯한 모양새였다.

민 화백 그림은 법원이 21점, 헌재가 1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법사위원들은 법원 등이 구입할 때 그림가격이 부풀려졌고, 후보자가 헌법연구관으로 있던 1993년 헌재가 민 화백의 ‘희망의 나라’를 구입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1993년 헌재에서 유 후보자가 일하고 있을 때 4200만원을 주고 그림을 산 것으로 나온다”면서 “그렇게 안 하는 게 선비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가 재산신고내역에 포함한 장인 그림 3점에 대해선 “장인이 직접 준 그림이라 해도 증여세 내야 한다”며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갑윤·윤상직 한국당 의원도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지적했다. 장인 그림이 헌재 등에 걸리게 될 때 적극적으로 만류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유 후보자에 대해 “신언서판 (身言書判: 선비가 지녀야 할 네가지 덕목)으로 보면 훌륭한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해도 자기 주변 관리는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했던 인연으로 민 화백을 잘 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야당임에도 옹호에 나섰다. 그는 현재 예술원 회장인 민 화백의 위상과 실력을 볼 때 법원 등에서 오히려 싸게 구입한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뉴욕 한인회장 시절인 1980년대 직접 민 화백 작품을 당시로선 비싼 가격인 3000달러에 구매했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본인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도 민 화백의 다른 작품을 걸어 놓고 있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민 화백 그림이 쟁점이 될 것을 예상한 듯 미리 질의 자료에 그림 관련 파워포인트(PPT)까지 준비해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박주민 의원은 "헌재가 보유중인 미술품 71점 중 한국화가 13점이고 그중 민 화백 그림은 1점에 불과하다"며 특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손해보험사에서 해당 그림을 4800만원으로 감정했는데 헌재는 4200만원에 구입했으므로 값을 제대로 쳐 준 게 아니라 싸게 산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생존해 있는 작가 중 인지도가 15위 정도로 명실상부한 한국화 대표 작가"라며 옹호에 나섰다.

그림에 대한 여야 공방이 계속됐지만 유 후보자는 장인의 그림이 법원·헌재에 기증되거나 매매될 때 관여하지 않았다며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다만 장인에게서 받은 그림 3점에 대한 증여세를 따로 내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이날 하루 종일 그림에 대한 논쟁만 이어진 것은 유 후보자에 대한 특별한 결격사유가 나오지 않았던 탓도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이 점을 인정하며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임명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말하기도 했다.

다만 유 후보자가 정책 관련 질의에 대해서 구체적 견해를 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자, 이를 지적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한국당 소속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임명에는 문제가 없을 상황이니 본인의 소신을 밝혀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유 후보자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춘석 의원은 여당임에도 유 후보자의 사전 서면답변이 대부분 견해를 밝힐 수 없다는 형식적 답변에 그친 점을 들어 불성실한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다. 헌재 재판과 후보자가 헌법적 문제가 걸린 주요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해선 안 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를 도와주는 헌재 관계자들도 기술적으로 답변을 회피하는 자료만 반복 생산한다는 점을 들며 질책했다.

한편 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9일 오전 법사위에서 채택·의결됐다. 유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몫으로 지명돼 국회 의결절차 없이 바로 임명될 예정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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