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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예술' 대신 '열풍'만…국내 비엔날레 현주소

2017.09.20

[머니투데이] 구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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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엔날레 20여 개…"양보다 질을 고민해야"

국내 비엔날레(biennale·2년에 1번 개최되는 국제 미술전)도 머릿수만으로는 베니스 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 부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 열풍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주제나 목적 의식을 가진 곳이 많지 않다. 국내 미술계에서 비엔날레가 소모적이고 정치적인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일을 기준으로 개최 중인 비엔날레 전시만 해도 '제주비엔날레'(9월 2일~12월 3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9월 8일~10월 23일), '청주공예비엔날레'(9월 13일~10월 22일),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9월 15일~10월 29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9월 8일~10월 15일) 등 5개다. 제주와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는 올해가 첫 회다.

세계비엔날레협회가 집계한 국내 비엔날레 수는 14개. 하지만 중단됐거나 좀 더 작은 규모의 비엔날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약 20개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재정 문제 때문에 비엔날레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5년 광주광역시에서 개최한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비엔날레 시대'가 열렸다. 당시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의 역사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통 회화에 천착하던 국내 미술계의 지평을 영상, 오브제 등 설치 미술까지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람객도 163만 명에 달했다.

비엔날레 수는 늘었지만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 탓에 오히려 관람객들의 발길은 줄어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2010년에는 관람객 수 33만 명, 2012년에는 23만 명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정부 비판 작품에 대한 '검열' 사태로 역대 최저 수준인 18만 명까지 감소했다가 지난해 40만 명까지 회복했다.

심상용 미술평론가(동덕여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비엔날레를 많이 개최하고 있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비엔날레가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생겨난 올드 패러다임이자 돈과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비엔날레를 축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2017 제주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린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사진=구유나 기자

더 큰 문제는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행사의 '질'이다. 올해 예산 15억원을 들여 첫 개최된 제주비엔날레는 준비기간이 1년이 채 안됐다. 제주의 최고 현안인 '투어리즘(관광)'을 주제로 내걸었지만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헐거웠다. 전시 작품의 대부분이 지역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신작이 아닌 이미 많은 곳에서 전시됐던 작품이었기 때문. 한 갤러리 대표는 "전시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보니 구성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윤섭 한국미술연구소장(숙명여대 겸임교수)은 "비엔날레가 지자체 실적 위주의 연례 행사로 치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다보니 정권이나 지자체 단체장이 바뀌면 문화행사에 대한 집중도가 흩어지는 부분이 있다. 아예 성격 자체가 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작가들도 온전한 수혜자가 아니다. 비엔날레가 많아지면서 절대적인 전시 기회는 늘었지만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친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심 평론가는 "'베니스에서 (그림을) 보고 바젤에서 산다'고 할 정도로 외국의 유명 비엔날레도 자국 작가의 몸값을 올리는 수단으로 상업화 된지 오래다"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많은 돈을 들여서 외국 감독과 작가를 불러오는데 치중하고 있어 이러한 기능마저 없는 셈"이라고 일침했다.

결국, 비엔날레라는 큰 잔치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김 소장은 "국내 미술행사는 양적인 팽창 및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기"라며 "작가 이름값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인 환경을 미술로 재해석한 결과물로서 심도있는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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