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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환상의 정원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4.13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을 관람하다 보면, 잠깐의 쉼이 간절해진다. 그런 관객들이 자연스레 찾는 곳은 바로 조각 정원이다. 가장 나중에 지어진 정원은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깔린 작은 공원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작품이 나타난다. 허쉬혼 미술관과 마주보며, 거대한 원형의 분수가 있는 이곳은 관람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더운 여름엔 시원하게 쏟아지는 분수의 포말이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변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초대한다. 작은 카페에서 즐기는 카페인 충전과 과한 단맛이 인상적인 ‘미국식’ 당 충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정원 계획은 1964년 처음 가시화했다. 컨스티튜션 7~9번 애비뉴 사이에 국립 조각 정원을 만들자는 대통령 자문회의의 제안에 따라, 미술관 이사회와 국립공원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1966년엔 스미스소니언 재단, 내셔널 갤러리, 국립공원 등 3자가 현재 부지에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원안대로였다면 허쉬혼 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 사이에 긴 조각공원이 잔디 광장을 가로질러 놓이며 그 너머로 의사당이 보이는 구조였을 텐데, 반대 여론에 밀려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마무리 됐다. 1974년엔 원형 분수가 완공되는데, 같은 해에 원통 모양의 허쉬혼 미술관도 개관한다. 초기 계획이 1960년대에 시작했던 만큼, 조각 정원의 레이아웃은 수차례 바뀌었다. 방향은 관람 편의 강화. 분수대 지름이 약 10피트 줄어들어 보행로를 확보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조경이 더해졌다. 또 설치될 작품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도록 유동성을 확보했다. 정원에는 21개 소장품과 1개의 장기 대여작까지 총 22점의 작품이 있다. 1999년 오픈 때 다수가 설치됐고, 이후 컬렉션이 추가됐다.

이상한 나라의 뒤죽박죽 감상법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3.23

반스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앨버트 C. 반스(1872~1951)는 의사이자 화학자, 기업가였다. 빈민가를 전전했던, 가난한 집안의 셋째였다. 반스는 의대 졸업생이었으나, 의사가 아닌 화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개발한 질산은 소독제 ‘아르지롤’(Argyrol)을 개발했다. 신생아 실명을 예방하는 소독제로 제품이 크게 성공하자 뉴욕 제약회사 조나이트(Zonite)가 1929년 7월 반스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로부터 약 두달 뒤 대공황이 시작됐으니, 반스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엑시트한 셈이다. 반스가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02년으로 전해진다. 약 10년 후인 1912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기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글라켄스(William Glakens)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을 구매했고, 이때부터 인상파, 후기인상파, 근대 초기 작품들을 차근차근 사들였다. 현재 반스 파운데이션의 소장품은 약 4000여점에 달하는데, 반스가 모두 평생에 걸쳐 소장한 것들이다.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사업 감각 덕에 엄청난 부를 일군 반스의 스타일은 미술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학자였던 그는 객관성과 사실에 기반한 분석이 가장 정확하다고 봤고, 미술작품 감상에도 이 같은 접근을 시도했다. 실제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하고, 연구하고, 성찰하는 것이 예술사에 근거한 복잡한 해석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같은 결론에는 절친한 친구가 된 철학자이자 교육개혁가인 존 듀이(John Dewey)의 영향도 있었다는 평가다. 반스는 자신의 예술 감상법을 책으로도 냈고(‘The Art in Painting’), 회사 직원들과 날마다 2시간씩 작품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는 교육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카우스 'CHUM' 추정가 6억4000만 원…홍콩 필립스옥션 3월 경매

[뉴시스] 박현주 | 2024.03.21

'아트 토이'로 지난 5년 간 세계 미술시장을 정복했던 아티스트 카우스의 작품이 다시 경매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경매 시장에도 대형 조각이 출품 되며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홍콩 필립스(Phillips)옥션 3월 경매 최고 추정가에 나와 주목 받고 있다. 오는 29일 필립스 아시아 본사에서 여는 두 번째 '뉴 나우(New Now)' 경매에 카우스의 'CHUM(KCO15)'이 한화 추정가 약 6억4000만~9억3000만원에 출품됐다.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에서 영감을 받은 'CHUM'은 청록색(울트라마린)색조의 테두리로 둘러싸여 있다. 필립스옥션은 "이 작품은 실제로 보면 프랑스 화가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독창적인 컬러인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를 떠올리게 한다"며 "순수 미술과 길거리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으로 유명한 카우스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주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카우스를 비롯해 타카시 무라카미, 치하루 시오타, 미스터, 매드사키, 팀랩 등 동시대 인기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이번 '뉴 나우 경매'는 홍콩 아트바젤 위크 기간에 열려 세계 미술 컬렉터들을 겨냥한다. 경매 작품 전시는 29일까지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에 위치한 아시아 홍콩 사옥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피노컬렉션 미술관 '거울 왕국'으로 만든 김수자…'호흡-별자리' 깜짝

[뉴시스] 박현주 | 2024.03.20

“거울은 몸을 대체하고, 다른 몸을 관찰하고 비춘다.” '보따리 작가' 김수자가 프랑스 파리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미술관을 뒤집어 주목 받고 있다. 미술관의 상징적인 공간인 로통드 전시관 바닥에 400여개의 거울을 설치해 아래와 위가 하나로 이어지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높이 9m, 지름 29m 원형의 웅장한 공간이 부유하는 듯 전복된 세상을 보여준다. 작품 제목은 ’호흡’으로 위아래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자신의 몸짓을 모두 느끼는 황홀한 경험을 제공한다. '보따리 작가'답게 원형의 돔을 건축적 보따리로 해석한 김수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개념을 설치미술, 이미지를 넘어 본질적 경험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김수자가 펼쳐 놓은 거울은 관객에 의한 퍼포먼스의 장소이자 잠재적 일체(totality)의 공간, 공동의 세계 창조로 이끄는 초대 자리이기도 하다. 피노켈렉션 미술관을 설립한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역사적인 공간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김수자 작가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놀란 감동을 전했다. “로통드 전시관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거울을 사용하자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고, 이를 통해 방문객에게 단순히 관람자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고, 거의 무한한 깊이를 지닌 공간 배치 속에서 주체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좋았다”는 관람 소감을 남겼다.

내가 보고 좋으면 ‘좋은 작품’ 아닌가[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3.16

“미술사학자가 좋다고 하면 뭐? 그럼 다 좋은 건가?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가 좋으면 그러면 된 거 아냐?” ‘소리 없는 아우성’은 바람 부는 날 펄럭이는 깃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술작품을 만나는 내 마음속에도 있다. 난해한 작품 앞에서 혹은 남들은 별로라 하지만 내 눈길을 빼앗은 작품 앞에서 어색한 웃음으로 가려야 했던 마음속 외침을 ‘사이다’처럼 쏟아낸 컬렉터가 있다. 바로 앨버트 C. 반스(Albert C. Barnes, 1872~1951)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는 그의 ‘마이 웨이’는 이제 수천억원을 헤아리는 컬렉션이 됐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대표적 사립 미술관인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이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민주주의의 주요 장소이자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록키 계단’으로 더 유명한, 공립 미술관의 대표 주자인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을 비롯해 반스 파운데이션, 로댕 뮤지엄이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를 따라 모여 있다. 올해 안엔 헤르초크 드 뫼롱이 건축한 칼더 정원(Calder Garden)도 문을 연다. 하루를 종일 투자해야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다. 관람객들은 일반적으로 오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보고 점심식사를 한 뒤, 반스 파운데이션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반스 파운데이션을 와봤다면, 두번째부터는 일정을 거꾸로 잡기 마련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르누아르 컬렉션(181점)을 비롯해 세잔(69점), 앙리 마티스(59점), 파블로 피카소(46점), 모딜리아니(16점), 앙리 루소, 쇠라, 고흐의 유화까지 20세기 초반 유럽 거장들의 작업이 모여 있다. 호레이스 포핀 같은 미국 흑인 작가 컬렉션, 아프리카 조각품, 가면, 가구, 동양화, 이집트 조각, 그리스·로마 예술품도 전체 소장품 중 상당한 부분을 점한다. 방대한 규모와 퀄리티에 앞서 들렀던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반스 파운데이션에 방문하면, 처음엔 혼란에 빠진다. 건물은 무척이나 모던한 회색 콘크리트로 사각 반듯하게 지었는데,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로 바뀐다. 기둥과 천정까지 이어지는 아치 모양의 창문부터 연식이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나무문까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본격적인 전시 관람 때 더 심해진다. 작은 방에 작품이 빽빽하게 걸려있다. 연대나 사이즈도 제각각이다. 르누아르의 대형 회화 옆에 중국 회화가 걸려 있고, 심지어 아프리카 조각과 유럽풍의 고가구는 물론 문의 경첩 따위도 뒤죽박죽 섞여있다. 전시를 기획한 관람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에 ‘넷 아트 선구자’ 슈리칭 선정

[뉴시스] 박현주 | 2024.03.05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지원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현대미술계에 매우 큰 의미다. 이 명예로운 상을 받아 앞으로의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가는데 큰 자신감을 얻었다.”(작가 슈리칭) 2024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에 '넷아트 선구자'로 불리는 대만 출신 미국 작가 슈리칭(Shu Lea Cheang·70)이 선정됐다고 LG가 5일 밝혔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국내 그룹인 LG가 세계 미술계를 선도해온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을 발굴·지원하는 상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사로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트로피가 수여된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 슈리칭은 1990년대 ‘넷 아트(인터넷을 활용하는 현대미술 장르)’ 선구자로, 30년 넘게 기술 활용한 예술적 실험 통해 장르의 경계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3x3x6’은 소셜미디어와 CCTV 등 디지털 사회에서 항상 감시하고,감시당하는 현대인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상과학, 인종, 젠더 정체성 등을 다루는 대담함과 미래를 예측하는 남다른 시야도 슈리칭 작품의 특징이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 작품에서 이미 대체화폐,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등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견하기도 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국제 심사단은 “슈리칭은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예술을 펼치며 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왔다”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슈리칭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5명의 국제 심사단은 미국, 이탈리아, 남아공 등에 위치한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큐레이터,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추천된 작가들의 작품을 4개월간 심사해 수상자를 선발한다.

넥센타이어, 독일 'iF 디자인어워드' 본상 수상

[뉴시스] 이동민 | 2024.03.04

넥센타이어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4'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넥세라(NEXERA)'와 '넥서스(NEXUS)' 등 두 작품이 본상을 수상 했다고 4일 밝혔다. 독일 인터내셔널 포럼이 주관하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는 레드닷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이번 어워드에서는 72개국으로부터 접수된 약 1만800여개의 출품작이 경쟁을 벌였으며,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132명의 심사위원단의 평가에 의해 수상작이 선정됐다. 넥센타이어가 수상한 두 작품은 세종대 디자인이노베이션학과 학생들과 산학협업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로 넥센타이어의 디자인 철학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궁극적인 아름다움(Ultimate Sensual, Timeless Movement)'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풀어낸 시각디자인 작품이다. NEXERA는 1942년부터 시작된 넥센타이어의 역사를 바위의 층리(퇴적 구조에서 보이는 평행한 줄무늬)로 비유해 표현한 창작물로, 넥센타이어의 역사를 책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NEXUS는 '넥스트 위드 어스(NEXT with US)'의 줄임말로, '미래(NEXT)의 주역(US)인 개인, 지역, 공동체가 넥센타이어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 디자인이다. 이 브랜드 디자인 결과물은 에코백, 사무용품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도 산학협업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 차별화된 디자인 철학을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RM도 찾은 그곳, 거대한 숲속의 미술관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2.24

“아, 가장 역동적인(dynamic) 미술관이죠.”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만난 한 큐레이터는 이 미술관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코멘트했다. 전시를 보던 중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소장처가 이곳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지 10년도 안된 젊은 사립 미술관. 그러나 컬렉션이나 전시,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로 따지자면 필라델피아의 반스파운데이션, 뉴욕의 프릭컬렉션이 연상되는 미술관. 방탄소년단(BTS)의 RM이 2021년 찾아 ‘돌의 마을’이라고 포스팅한 그곳. 바로 글렌스톤 미술관(Glenstone Museum)이다. 글렌스톤 미술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품을 들여야 한다.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30분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에 위치하고 있다. 16만평 숲 안에 숨어있는 미술관 빌딩이 낮아지고 도로가 좁아진다. 회색 풍경이 평야와 낮은 구릉이 섞인 초록으로 바뀔 때, 한적한 시골길에서 갑자기 글렌스톤 미술관 팻말이 나타난다. 탁 트인 평지에 낮은 돌담길,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미술관임을 모르고 지나치기 딱 좋다.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현대미술관이자, 최고 컬렉션으로 꼽히는 이 미술관은 16만평 숲 안에 숨어있다. 글렌스톤 미술관은 2006년 미국 다나허 그룹(생명공학 분야, 진단 분야, 환경&응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의 창립자 미첼 레일즈(Mitchell Rales)가 설립했다. 이때는 일주일 중 이틀만 일반 관람객을 받았다. 컬렉션은 훌륭했지만, 미국의 다른 사립 재단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미술관 확장 공사가 시작된 2013년까지 누적 관람객은 1만명에 불과했다. 확장 공사는 2018년까지 약 5년간 이어졌다.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약 2억1900만 달러. 미술관 부지도 53핵타르(16만평)로 커졌다. 2019년엔 미술잡지 아폴로가 ‘뮤지엄 오프닝 오브 더 이어’(올해의 개관 미술관)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관객에게 글렌스톤 미술관이 익숙해 진 것은 이 같은 규모나 명성 때문이 아니다. 미술 애호가로 잘 알려진 BTS의 RM이 2021년 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돌의 마을’이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미술관 이곳저곳의 모습을 남긴 것이다(글렌스톤이라는 이름은 인근 도로인 ‘글렌 로드’와 주변에 있는 채석장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매달 1일 오전 10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달치 예약을 받는데, RM의 방문 이후 오전 예약은 보통 3분 안에 마감되고, 10분 안에 한달치가 전부 마감된다. 정문에서 주차장까지 차로 1~2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면 귓가엔 ‘차라락 차라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로에 깔린 작은 자갈들이 차바퀴에 부딪혀 내는 소리다. 미국 국립공원의 입구에도 이 같은 자갈이 깔려있다.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ASMR은 이 미술관이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우리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곳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준다. 에밀리 웨이 레일즈(Emily Wei Rales) 관장은 “예술적 경험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의미 있는 조우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술 경험은 이미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16만평 숲은 그 자체로 미술관이다. 기나긴 산책로 끝에서 만난 신전 같은 미술관 ASMR이 끝날 때쯤 주차장이 나타난다. 주차를 하는 곳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주차장은 아니다. 군데군데 놓인 나무와 돌이 바닥에 그려진 페인트 안내선을 대신한다(글렌스톤 미술관에서는 ‘주차숲’(Parking Groves)으로 부른다). 나무를 들이 받지 않고 돌에 긁히지 않으려면 특정한 공간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데, 주차하고 나오며 뒤를 돌아보면 안내선 없이도 반듯하게 정렬된 차량들에 웃음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미술관인 본관까지 거리는 약 500미터,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서둘러 미술관으로 가지 못한다. 광활한 목초지 사이 잘 만들어진 산책로가 먼저 관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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