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Episode여성의 여성을 위한 미술관…코리아나미술관 '히든 워커스'

2018.04.03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코리아나미술관은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여성들의 '숨겨진 일'이야기에 집중한 '히든 워커스'전을 5일부터 연다.

서울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스페이스 씨는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한국화장문화의 역사와 우수성을 알리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과 동시대 예술을 연구하고 국내에 작가들을 소개하는 '코리아나 미술관'으로 나눠 운영한다.

1988년 창립된 코리아나 화장품 CEO 유상옥 회장이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을 반드시 환원해야한다"는 신념으로 2003년 미술관(스페이스 씨)을 설립했다. 한때 배우 채시라가 '코코코~코리아나' CF로 유명세를 탔던 화장품회사다.

화장품회사가 설립한 미술관답게 '여성 전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여성과 여성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를 개최했다. 특히 미디어와 결합된 퍼포먼스를 볼수 있는 전시장으로 꼽힌다. 개관 10주년 기획전으로 열렸던 '텔 미 허스토리'(2013)는 여성을 둘러싼 다큐멘터리와 자전적 경험들을 다루었고, '댄싱 마마'(2015)는 1970~80년대의 저항적인 여성주의의 움직임에 반하여 해학적인 코드가 담겨있는 여성의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전시는 일년에 딱 두번, 봄 가을에 열린다. 해마다 심혈을 기울인 국제기획전을 펼쳐 '작지만 강한 미술관'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새 봄 전시도 '여성 시대'다. 미투 열풍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요즘, '여성의 노동’이 사회구조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풀어낸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코리아나 히든 워커스전시 포스터

5일부터 개관 15주년 국제 기획전 '히든 워커스 Hidden Workers'를 개최한다. 전시 타이틀이 좀 난해한듯 하지만 전시는 쉽다. 주변에서 늘 볼 수 있지만 주요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던 여성들의 ‘숨겨진 일’을 영상과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작품들은 1970년대의 가사노동과 육아뿐 아니라 2010년대 서비스 노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들을 보여주면서 작가 본인들 앞에 놓인 일에 대해 각자 취한 입장들을 풀어낸다. 관찰자와 기록자로 여성의 노동을 작품에 담아낸 작가들은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노동활동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드러내고, 사회 구조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히든 워커스전에 선보인 조혜정&김숙현의 '감정의 시대:서비스 노동의 관계미학'은 다양한 직종의 서비스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무게를 유지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1969!'(1969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11명의 작품 총 14점을 소개한다.

전시를 시작하는 작품은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1969!'으로, 퍼포먼스와 페미니즘(여성주의) 미술사에서 한 획을 그은 주요 작품으로, 작가의 가사노동이 예술활동임을 대담하게 선언하는 글이다. 1970년대부터 행위미술가로 유명한 유켈리스는 결혼과 출산 직후 매일같이 해야 하는 가정의 '유지관리'일에 밀려 예술활동을 도저히 할수 없는 현실속에서 이 선언문을 발표했다. 본인이 하던 가사노동이 곧 예술활동임을 선언하는 내용으로, 생산과 재생산의 이분법으로 나뉘는 남성과 여성의 노동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다.

지하 2층에는 고릴라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작가 집단 게릴라 걸스의 포스터 10여 점도 한국의 관객을 찾았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핑크립스트딕을 바른 고릴라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활동해온 여성예술가 집단이다. 이들은 이분법적 젠더의 권력을 비꼬는 포스터들을 거리에 도배하고, 여성 예술가들과 얽힌 불평등한 상황들을 수치화된 기록으로 증명한 작업을 선보인다.

국내 작가로는 ‘손톱관리사’로 3년간 활동한 김정은 작가, '아이돌보미'였던 임윤경 작가가 본인들의 자전적 경험을 예술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전시한다. 영화 감독인 심혜정을 어머니를 간호하는 재중동포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30분짜리 영화 '아라비안인과 낙타'(2013)를 상영한다. 감독 자신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국가와 국가를 오가며 활발하게 일하는 이주노동에 얽혀있는 깊고 예민한 문제를 실감나게 전한다.

【서울=뉴시스】 코리아미술관 '히든 워커스'전은 보이지 않았던 여자들의 노동을 현대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여성의 노동이 사회구조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풀어낸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코리아나미술관 '히든 워커스'전은 여성의 숨겨진 노동을 드러낸다. '게릴라 걸스'작품과 함께 설치된 '낙서 테이블'에는 가사와 육아등 집안 노동의 고충이 빼곡히 적혀있다. 전시기간 제공되는 지우개를 통해 이 낙서를 지워볼수 있다.

코리아나미술관 유승희 관장은 "여성 관련 문제의 개선을 향한 목소리가 저항과 시위로 자주 표출되는 요즘의 사회에서 이번 '히든 워커스'전은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젠더 구조에 대해 사유해보고, 여성의 노동과 관련된 이슈들이 어떻게 발화되어 왔는지 살펴볼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진 큐레이터는 "여성의 일을 둘러싼 이슈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영향권 아래에 있기에 결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사회도 변했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 그리고 돌봄 노동등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들에 지속되고 있음을 현대예술가들의 눈으로 들여다 본 전시"라고 소개했다. 5일 개막식에는 LDP 무용원인 임샛별의 'HELLO?'퍼포먼스가 6시30분부터 열린다. 관람료 4000원. 6월16일까지.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