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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미투' 문화예술계로 확산..."2차 피해 막자& 연대하자"

2018.02.06

[뉴시스] 이재훈, 신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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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활시위를 당긴 격이 됐다.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공개하는 캠페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법조계와 정·재계에 이어 문화예술계에도 번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미 문단을 중심으로 2016년 비슷한 운동이 퍼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단_내_성폭력' '#미술계_내_성폭력' '#영화계_내_성폭력' 등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행동이 이어졌다. 미투로 명명되지 않았을 뿐, 미투 운동의 그것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와 이들을 응원하는 여성 작가의 글들을 모은 문집 '참고문헌 없음'이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도화선이 돼 번지기 시작한 미투 운동은 미국 사회를 휩쓸고 한국에서 또 다른 불꽃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한 여성 감독이 동료 여성 감독을 성추행해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피해자 감독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가해자인 A 감독을 제명했다. 지난해 A 감독에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준 여성영화인모임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수상 취소 논의에 들어갔다.

성폭력 의혹에 대해 연루된 조직의 대응 역시 비교적 빨라졌다. MBC는 후배 여성 PD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MBC 중견 드라마 PD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 후 성범죄와 페미니즘 관련 도서 판매가 느는 추세이기도 하다.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월29일~2월4일)간 성폭력, 성희롱 등과 관련된 도서 판매량이 약 12.9% 증가했다. 이 기간 여성의 구매가 71%로, 남성의 구매(29%)보다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33%)와 40대(32%) 비중이 높았다.

【서울=뉴시스】 미투 행진. 2018.02.06.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손민규 예스24 사회 MD는 "'일상 속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 '다른 시선', '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등 관련 주제를 다룬 책이 최근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스24에서 진행 중인 '성희롱 성폭력 스톱(Stop)' 기획전에서 페미니즘 도서 구매 시 증정하는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 '악어 프로젝트'를 사은품으로 선택하는 독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관련 도서 판매도 증가했다. 교보문고는 최근 일주일(1월29일~2월4일)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알라딘에서도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이 전주 동기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28%각각 늘었다.

◇2차 피해 막자 & 연대하자

이미 한차례 성폭력과 관련 고발이 휩쓴 문단 내에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성폭력을 고발한 당사자에게 가해지는 시선의 폭력성 등이다.

여성 감독의 동료 여성 감독 성추행, 배우 조덕제의 성추행 파문 등 잇따라 성과 관련 홍역을 앓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등을 강화할 조짐이다.

지난 2016년 영화 '걷기왕' 촬영 전에 모든 스태프가 함께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 등 성과 관련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 중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뉴시스】 SBS '스페셜 -#미투 (Me Too) 나는 말한다' 2018.02.06. (사진 = SBS 제공) [email protected]

여성 예술가들의 연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는 팝스타 케샤가 최근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다른 여성 가수들과 함께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던 순간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케샤는 후보로 지명된 곡인 '프레잉(Praying)'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 곡은 자신의 전 프로듀서인 닥터 루크로부터 성적·정신적인 학대를 받은 뒤 상처를 5년만에 발매한 정규 3집 '레인보(Rainbow)'의 수록곡이었다.

이 곡을 함께 부른 신디 로퍼, 카밀라 카베요, 줄리아 마이클스, 안드라 데이, 비비 렉사 등은 케샤를 포옹하며 달래줬다. 이들은 모두 남성의 폭력적인 것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흰색 옷을 입고 나왔다.

미국 가수 자넬 모네는 이날 케샤 무대를 소개하며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사람들에게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샤는 공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밤 저와 함께 무대에 선 여성분들, 그리고 이 여정을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썼다.

이날 케샤 무대를 인상 깊게 봤다는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여성 홀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그래미 시상식을 보고 여성들이 함께 연대하면 조금이나마 용기를 더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케샤(중앙), 왼쪽부터 비비 렉사, 신디 로퍼, 카밀라 카베요, 안드라 데이, 줄리아 마이클스. 2018.01.29.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앞으로 과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인과 영화인을 상대로 지난해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 앞으로 관련 조사를 더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여성 문화예술인들은 문화계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성폭력 전담 기구 신설'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회, 문화 전반에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더불어민주당 '젠더 폭력 대책 태스크포스(TF)'는 6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 단체 관계자와 '미투 운동' 간담회를 연다. '2차 피해' 방지 법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SBS가 SBS 스페셜 '#미투 (Me Too) 나는 말한다'를 통해 성폭력 피해를 당당히 고발한 여성들을 조명하는 등 방송계에서도 활발히 미투 운동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쓴 상황이다. 특히 일부 문단 내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2016년 언론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이 알려진 이후에 출판계 내부적으로 자정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은 이런 일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부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면서 "출판사들이 피해자들 책을 안 내주는 것은 아닌데, 피해자들이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야외광장에서 열린 2017 KBS 연기대상 레드카펫 포토월에서 배우 정려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31. [email protected]

또 다른 작가는 "문화예술계가 견고한 권력구조가 있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했어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문단 내 성폭력이 공론화됐어도 1~2명만 처벌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단 내 성폭력은 TV 뉴스가 가해자만 언급하고 법적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문단 내부적으로 징계 장치도 없고, 상담소나 센터가 있어서 피해를 제보할 수 있는 곳도 없다. 법조계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문단 내에서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프랑스 원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미투에 대해 "남성들이 '마녀사냥' 식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아직까지 일부에서는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 우버 내 성희롱을 폭로한 수전 파울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등 '미투 운동'은 그동안 침잠해 있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배우 정려원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작년 성폭력 피해를 다룬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 출연한 배우 정려원은 같은 해 말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성범죄가) 감기처럼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지만 가해자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돼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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