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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제는 권력을 쥔 사람"...니키 노주미 '플리즈 싯 다운'

2018.11.2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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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 당시 정치비판 작업 추방 당해 미국 망명
40여년간 권력과 폭력성 관계 주제 작품세계 구축
21일부터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이란에서 정부 비판적인 작품 활동으로 추방당한 후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계 미국 작가 니키 노주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삼청로에 새로 문을 연 바라캇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회화 10여점을 전시한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권력을 쥐게 되면 무엇이 되었든 나쁜 일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내 그림들은 대체로 권력을 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나라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선동을 일삼으며 위선적이 된다."

'이란 혁명'때 추방당한 작가 니키 노주미(76)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삼청로 청와대 옆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 신관에서 '플리즈 싯 다운'을 타이틀로 회화 10여점을 전시한다.

그는 '권력 비틀기'가 특기다. 1979년 이란 정치 혁명때 테헤란 대학교 교수였던 그는 학생들과 함께 정치적 운동에 참가했다. 팔라비 왕정에 대한 비판에 가담하여 정치적 포스터들을 제작하면서 정부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란혁명이 성공했지만 억압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또 정부 비판 활동을 했고 1981년 결국 추방당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서도 그는 반전 운동에 참여하며 정치적 주제들을 가감없이 다뤄왔다.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 그의 작품들은 불법으로 치부됐지만, 모국인 이란에서 그의 위상은 높아졌다. 지난 80년간 이란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예술가들 TOP 5'에 꼽혀있다.

지난 40여 년간 권력과 폭력성의 관계를 주제로 정치적이고도 심오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대영박물관, 시카고 드폴 미술관, 쿠바 국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최근 유럽에서 처음 열린 개인전 이후 그의 생애에 걸친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오늘날의 정치적 뉴스, 과거의 상징들, 일상의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은 주로 양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 그리고 힘과 순수함을 나타내는 동물들이 함께 얽혀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 신관은 21일부터 이란 출신 미국 작가 니키 노주미 개인전이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19일 서울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그는 "위 아래 두개의 현실이 있는 내 작품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권력관계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Please Sit Down’ 작품은 과거 이란에서 취조를 당했던 그의 경험에서 탄생했다. 당시 그는 조사관으로부터 의자에 앉아 있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조사관은 의자에 앉아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아무런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작가에게 그것은 마치 암묵적 명령처럼 들렸으며 그 이후에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그에게는 침묵 속에서 부동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는그 시간이 물리적 고문만큼이나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고 한다. 따라서 ‘앉으세요’라는 제목은 친절하고 부드러운 권유의 목소리만큼이나 의도가 감추어진 폭력적 억압을 나타내는 이중적 의미를 띤다.

니키 노주미의 회화에는 가면을 쓴 정장의 남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이란에서 정치범을 고문할 때 사용하는 막대기다. 양복입은 인물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가 의심스러운 정체성을 지녔다는 것을 암시한다.

새로 작업하는 '식물 시리즈'도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다. 작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즈음하여 '기후 온난화는 허구다. 환경이 위험에 처해져있지 않다'고 하는 말을 듣고, 환경이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저지른 자연에 대한 무책임한 결정을 그림으로 시위하는 셈이다.

커다란 나무같은 식물은 황량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군데군데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져 "불타고 죽어가고 있는 것을 형상화했다"는 그는 "식물 앞에 누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 식물 앞에서 경외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청와대 옆 갤러리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이란계 미국작가 니키 노주미의 개인전을 21일부터 연다.

이란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은 작가이고, 작품이라지만 문화적인 차이인지 과격하지도 노골적이지 않다. 국내 민중미술과 비교하면 은유적이고 유희적이어서 '정치색'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정도다. 위 아래로 화면을 나눠 반추하고,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진 그림은 이중성과 다중성이 범람하는 동시대 인류의 모습을 담아낸 풍경화처럼 인식된다.

니키 노주미는 화가 보다는 교수나 지식인같은 인상이다. 팔순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정치적인 회화에 신념이 강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시급한 이슈들이 있다. 조금 더 많은 작가들이 정치적인 사안을 (작업에)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2019년 1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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