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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방호복 샤먼, 오염시대 경고하다···김지훈 사진전 ‘후라질맨’

2018.09.17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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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화가 김지훈의 사진전 ‘후라질맨(FRAGILE MAN)’이 16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갤러리 피랑에서 개막한다. ‘후라질맨’이라는 자신의 분신이자 평범한 동시대 군중의 아이콘을 화폭 안에 장치시킨다.

‘후라질’이란 말 속에는 ‘부서지기 쉬운, 깨지기 쉬운’ 연약한 현대인의 심성을 대변하는 의미와 함께 ‘우라질’이라는 비속어도 포함하고 있다. 작가와 같은 세대의 젊은이들이 절감하고 있는 진공된 현실과 증발된 미래에 대한 소외감과 저항감을 함축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는 동시대의 불안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기록한다.

한강

오렌지색, 노란색 방호복을 입은 김지훈의 아바타들은 어느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을 법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한강의 둔치로, 시멘트의 입장체로 기괴하게 남은 시공 중인 건물 속으로 잠입한다. 또 해외로 장소를 옮겨 인도 뉴델리의 출근길 거리와 시장 속을 누빈다. 그리고 마치 수 천 년 전 싯다르타가 머물고 득도했을 법한 폐허에 가까운 고성과 거대한 보리수 아래까지 도달하는 퍼포먼스의 여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경기도

‘후라질맨’은 눈에 띄는 방호복으로 인해 주변의 풍경과 뒤섞이지 못한다. 연약함을 감추고 시선을 비롯한 외부로부터의 모든 공격과 침입을 막기 위해 입는 방호복은 오히려 자신이 세계보다 미약한 존재임을 웅변하며 자아의 시선보다 타자의 시선을 증폭시킨다.

경기도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기도 한 공간을 배회하는 후라질맨은 끊임없이 경계와 방지의 공간을 탐색하고 있지만 결국 경계의 모순이 극복된, 모든 경계심이 사라진 공간을 욕망하고 있다. 그곳은 원죄로 인해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에덴동산이다. 때문에 후라질맨의 제의식 같은 퍼포먼스는 경계와 구별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무모한 개발에 상처 입은 공간을 찾아 그 공간의 절대적 순수성, 장소적 의미성을 회복시키려는 재생프로젝트처럼 읽힐 수도 있다.

인도 뉴델리

빨간 방지캡을 든 후라질맨은 곰의 가죽을 뒤집어 쓴 구석기시대의 샤먼처럼 보인다. 곰의 가죽을 머리부터 뒤집어씀으로써 곰의 강인함을 흡수하고, 곰으로 변신하여 곰의 영혼과의 소통을 꿈꿨던 선사시대 샤먼처럼 후라질맨은 방지와 경계의 표식 자체가 되어 온갖 상처 받고,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존재들에 대한 위로의 공간을 찾고 있다.

인도 뉴델리

삶과 죽음, 선과 악, 순수와 타락의 경계에서 번민하는 부조리한 실존의 목소리를 되뇌어주는 이 시대의 샤먼으로서 후라질맨은 오염된 시대에 경고한다. 부서지기 쉬웠던, 그러나 부서지고 더렵혀진 본질과 그 댓가로 오는 죽음과 절망을 이기게 만든 후라질맨도 있다.

인도 뉴델리

마지막 사진인 ‘피에타’에서 후라질맨은 방호복을 벗는다. 방호복이 필요 없는 세계로 들어간 것인가, 그의 포즈는 슬픔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새로운 표식이 된다.

김지훈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학·석사, 동양화과 박사과정을 마쳤고 후라질전(2012 공아트스페이스), 디렉셔널네이처(2015 갤러리도스), 후라질맨(2018 동덕아트갤러리)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피에타, 경기도

이번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되며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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