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저우는 베이징 출신으로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파리로 유학을 떠나 소르본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시작한 미술은 대학을 들어가며 그에게 일종의 ‘삶의 방식’이 되었고 파리 유학생활은 예술적으로 진정한 ‘자아’를 의식하며 나아가 인간, 도시, 세계에 대해 보다 깊이 탐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생인 작가는 1세대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국제시장에서 급속한 성장과 거품논란에 대해 냉정한 자기 성찰이 이루어지던 차세대로 개체에 대한 관점을 논하기 시작했으며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과 같은 철학적인 사유에 빠지던 세대였다. 해외 유학이 비교적 자유로워진 시기에 작가는 파리로 유학을 떠나 기존에 중국의 교육방식인 ‘어떻게 하느냐’ 에서 ‘왜 하느냐’의 관점에 대해 더욱 깊이 사유하게 되며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작가가 지금까지 여러 시리즈를 해 오면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고민하는 시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해석과 표현이었다.
_처음 시작한 시리즈는 개념사진(Conceptual Photography)으로 실재 모습을 담는 카메라의 ‘객관’에 자신이 삽입한 내용의 ‘주관’을 만들며 패러독스적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초기 작품 시리즈인 ‘공사장(工地)’은 화면 전체를 차지하는 비계(건축 공사를 할 때 설치하는 가설물)를 실재로 찍은 사진과 컴퓨터로 처리한 사진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도시화하는 베이징과 자연의 풍경을 보호하려는 파리, 두 도시의 아이러니한 차이를 표현하였다. ‘사(事)’ 시리즈는 다른 시간에 동일한 장소를 찍은 실사 사진과 컴퓨터 처리를 거친 두 종류의 사진을 병치한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속 ‘진실’과 ‘객관’ 앞에 직면했을 때 서로 다른 판단, 그들의 마음의 힘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더스트(尘)’ 시리즈는 2009년 파리에 거주하던 당시, 옆 스튜디오에 난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이 소멸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모든 물건이 불에 타 회색빛 먼지로 변해 소멸된 현장에서 지 저우는 지독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허한 현실에서 진실을 마주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가 마주한 하나의 ‘사건’속에서 새하얗게 뒤덮인 ‘먼지’는 그에게 ‘시간’이 되었고 ‘진실’이 되었으며 베이징으로 돌아와 그는 시간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주변의 풍경, 나무, 꽃, 신발, 쌓여진 책 등에 시멘트를 곱게 갈아 먼지처럼 중첩시켜 대형 설치작업으로 세트를 만든 뒤, 촬영을 하며 시리즈를 완성했다.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먼지로 자욱히 뒤덮인 작업실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간과 사건의 매개체를 담아내었다. ‘Dust’시리즈의 연장선인 ‘Site’ 시리즈에서는 내용이 다른 책을 이용해 현대적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는데 현재 글로벌한 사회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지만 점점 단조롭고 유사해지는 도시의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작하였다.
_이번 ‘Form(模)’ 개인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지도’와 ‘책’ 시리즈는 ‘먼지’시리즈와 작업의 형태나 행위는 비슷하지만 그 동안 흑백의 이미지로 표현해 오던 화면에 컬러를 입히게 되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소재로 개념이 발전되고 확장되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있는 것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나 진실과 주관의 어지러운 상관관계에 대한 방향을 좀 더 발전시키며 혼란한 사회와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시간 속에 감추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모습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중적 속성의 상반된 인식을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며 시간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했다. 사진과 조각,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진실과 허상의 경계, 시간과 사건의 경계를 조용히 탐구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다양한 소재들을 위트있게 표현한다.
_‘책’이라는 지식과 교양의 상징적인 매개를 이용해 지식과 정신의 여유로움이 추구하는 세계와 무미건조하고 획일화된 도시로 현대인의 무기력함을 풍자하기도 하며 나날이 기계화되어가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보여지는 것과 보이기 위한 것, 채움과 비움 등 도시 이미지로 형상화한 이 거대한 책 무덤 앞에서 우리는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본질을 탐구하고 찾아가려는 욕구는 빼곡히 채워지기도 하고 광활히 표류하기도 하는 지도 시리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 종이로 된 세계지도를 구겨 거대한 산맥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초현실주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시간의 경계를 느낄 수 없는 허구적이고 상상 속의 공간이다. 정확히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만들어진 기존의 지도는 작가에 의해 다시 재생산, 재해석 되며 마치 거대한 우주에 표류하고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페인팅으로 바탕을 만든 평면 위에 속이 비어 구겨진 지도 모형을 아주 조그맣게 축소하여 배치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점점 더 황량하고 혼돈된 질서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자 성찰이며 미래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기도 하다.
_베이징과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는 최근 공공미술과 관련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레인 크로포드(Lane Crawford), 크리스챤 루브탱(Christian Louboutin) 홍콩, 베이징 SKP 빌딩 쇼윈도우 아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으며 보고시앙 재단(Foundation Boghossian, Brussels, Belgium), 웬디 덩(Wendi Deng, Artsy co-founder), 장 뤠이(Zhang Rui) 등 주요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갤러리 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 저우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그의 신작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며, 벽 전체를 감싼 대형 월페이퍼 설치를 비롯해 15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2월 28일 오픈하여 3월 28일까지 한 달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