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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리각미술관] 정수모 38년展-흙의 소리 Sound of the soil

2018.08.21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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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모 38년展-흙의 소리 Sound of the soil

정수모展 / CHUNGSOOMO / 鄭洙謨 / installation.sculpture

2018_0811 ▶︎ 2018_0909

 

리각미술관

LIGAK MUSEUM OF ART

충남 천안시 동남구 태조산길 245

Tel. +82.(0)41.566.3463

ligak.co.kr

 

 

과정과 개념에 대한 제스처 ● 그것은 커다란 진흙 덩어리였다. 마치 메마른 불모지의 커다란 흙 언덕과 같은... 다가가면 거기에는 또 다른 세상이 올망졸망 숨을 쉬고 있다. 건조하고 메마른 언덕에 몸을 기대고 있는 그 작은 세상은 폐허인가, 미완의 건축인가? 나의 작품은 미완과 완성의 구분이 모호하다. 어찌 보면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고, 또 어찌 보면 그 자체로 종료된 듯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구분조차도 사실은 의미가 없다. 나는 그 경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기 위한 것보다는 만드는 제스처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것은 일종의 개념이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결집하는, '세포' 같은 재료를 가지고 형상에 대한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작품은 과정 그 자체 이다. 노끈, 소나무 가지, 테라코타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투박한 질감이 살아 있고, 선이 굵게,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 역시 테라코타를 재료로 한 것으로, 작은 덩어리에서 시작해 확장되어 부피를 더해가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흙덩어리지만, 내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작업이 '어린 시절 놀던 흙장난에 밑바탕을 두고 있다. 나는 이것을 미술과 건축의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작업에서 과정과 결과의 한계를 규정짓기는 대단히 어렵다. 설치미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추구하는 것이 과정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감성대를 자극하는 매체로서 흙을 다루고 있다. ● 부드러운 어둠이 감싸고 있는 전시장 바닥에는 황토색 흙이 흩뿌려져 있고, 드문드문 큰 흙의 덩어리와 작은 덩어리가 산재해 있다. 주위를 따라 느리게 걸으며 그 덩어리들의 전모를 확인하는 것이 전시의 시작과 끝이다. 보이는 모든 것들은 태초의 흙이며 불의 뜨거움을 이겨낸 또 다른 흙일뿐이다. 개인전『대지의 소리』은 매우 단순하지만 즉물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환원 기법을 이용한 옹기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흙의 결정체들은 1200도의 온도를 견딘 결과다. 마치 벌이 집을 짓는 듯한 방식으로 더욱 견고한 형태를 만들어 냈지만, 이것이 주는 것은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차가움이 아닌 고된 노동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다. 이 '결과물'들을 만든 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작업실이 위치한 강화도의 한 야산에 묻고 다시 '발굴'한다. 이렇듯 지난한 작품제작 과정은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습관적으로 놓치는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며, 매장하고 발굴하는 일련의 행위들에서 보이는 고고학적 행태들에 대한 개인적인 변용이다. 부언하자면 고고학이라는 근대적 학문 체계를 고고학적으로 점검해보는 동어반복적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의 실천을 통해 흙이라는 자연의 본질적 의미에 조금씩 접근해간다.

 

오브제로 만들어진 작품을 묻고 발굴한다는 것은 주거 내지 정주의 개념을 의미한다. 나는 여기에서 성장이라는 개념을 맞물려 제시하고 있다. 즉 언뜻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파묻고 꺼내는 과정에서 가능성이 배제된 식물의 성장을 떠올리는데, 이는 확장 혹은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듯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시간성, 물질성, 질료의 개념은 시대적, 문화적, 개념적 측면을 강하게 제시하는 순환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에게 흙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꾸준히 상정해 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에토스(ethos)로서 기능한다. ■ 정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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