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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소마드로잉센터] 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 Deep Gloom Beneath the Stairs

2018.07.04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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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 Deep Gloom Beneath the Stairs

전윤정展 / CHUNYUNJUNG / 全玧貞 / drawing.installation

 

2018_0706 ▶ 2018_0722 / 월요일 휴관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6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전윤정의 드로잉-불편한 상상 ● 우리의 보편적인 상상 행위는 감각적 의식의 범위로 제한된다. 상식적이고 익숙한 구체적인 세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에 예술적 상상은 감각적 의식 세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우리 스스로가 닫아 버렸든, 아니면 어떤 원인으로 감추어 놓게 된, 더 나아가 라캉이 말하듯이 상징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몰가치에 예술적 상상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원초적 단순함에서 온갖 잡다한 것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상상의 소재가 되고, 이런 예술적 행보를 통해서 의식 세계의 경계를 넘어선다. 예술가는 이 행보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오히려 예술가의 '불편함'은 '편안함'의 반의어가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는 즐거운 일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적·예술적 상상은 우리에게 무한한 세계에 대한 환상을 제공한다. 감상자는 그 환상 이미지 속에서 예술가의 상상과 호흡하고 주변 세계의 감추어진 실재와 호흡한다.

 

전윤정 작가의 힘은 무한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이 허구를 현실화하고, 시인의 상상력이 언어 속에서 비현실 이미지들을 화려하게 회생시키듯이 화가의 그림 속 상상력은 무한의 세계를 담아낸다. 그녀의 그림 속 상상력 역시 마술사가 마법 모자에서 무엇이든지 꺼내듯이 자신의 생각과 내밀한 감정을 얼개로 온갖 사물을 드로잉으로 표상된 공간에 펼쳐낸다. 마치 가스통 바슐라르가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개껍데기를 무척추동물이 거주하는 공간, 즉, 우리가 사는 집처럼 내밀한 공간으로 상상하듯이, 그녀의 작품은 무한한 이미지들이 들락거리는 마술적 상상 공간으로 표상된다. 이 때문에 작가의 마술적 상상력의 영역에서는 논리적 이성이 힘을 잃는다. 예를 들어, 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동물이 달팽이의 껍질에서 나오는 그림을 보았을 때 우리는 코끼리가 어떻게 달팽이 껍질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상상력의 작동 속에서 우리는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코끼리에게 달팽이 껍질 속으로 되돌아가 보라고 요구할 수 없는 법이다. 이처럼 작가의 상상은 논리의 틀을 초월한다. 아니면, 더 나아가 논리와 현상의 안과 밖을 휘젓듯이 넘나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전윤정 작가는 자신의 소소한 '생각과 감정'을 시각화하기 전에 낙서하듯이 무의식적으로 끄적거린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녀의 그림이 분명한 목적의식 행위에서 시작되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끄적거림의 행위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녀의 가느다란 펜으로 세밀하고 작게 물체를 끄적거리다가 점차 그 부피가 커지면, 그려진 물체들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인 형태를 발견하고 점차 비현실의 생명체를 창조하듯이 증식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낙서의 과정은 드로잉이라는 표상 형식으로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 속에서 감정 또한 무한히 증식하면서 자신의 화면을 구축해나간다. 즉, 그녀의 그림은 작가의 고유한 화면이면서 작가 자신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드로잉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상상력은 한계를 모르게 드넓게 펼쳐지면서도 한없이 깊어서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흩트려 놓은 듯해서 우리의 감각적 현실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그녀의 화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짧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던, 그 앎조차도 의심하지 않았던 먼 과거의 역사를 새로 서술해야 할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드로잉은 태초의 존재 원형을 탐색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윤정 작가는 상상의 공간 속에서 감정의 거리, 깊이 그리고 너비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캔버스 화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시장 벽면에 연기가 퍼져나가듯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그녀의 드로잉에서 등장하는 라인 테이프는 물질적 속성을 대신한다. 그녀는 드로잉에서 라인 테이프가 갖는 물질적 속성으로서의 '불편함'과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이중화시킨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불편한 드로잉'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중화는 표현의 영역에서도 드러난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는 숨김과 드러냄의 이중적 심리를 대신하며, 사물의 경계를 허물어 놓는다. 우리는 주체의 안과 밖의 세계,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실재와 가상을 뒤흔들며 상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드로잉을 역설적 의미에서 '불편한 상상'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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