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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갤러리JJ] 사이먼 몰리 개인전 Simon Morley<Korean Works 201015> 2015.10.7 11.15

2015.11.02

Writer :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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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15. 10. 7(수) - 11. 15(일)

 

장    소:  갤러리JJ 

 

초대일시:  2015. 10. 7(수)  6:00 pm

 

관람시간:  11:00am – 7:00pm 

 

           (주말 12:00am – 6:00pm, 월요일은 휴관)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사이 in-between’의 개념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이’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의 진입공간으로서, 나의 회화는 이 ‘사이’ 공간을 환기시킨다.                                                                        -사이먼 몰리-

 

                                                                           

 

갤러리JJ는 공간 이전 후 첫 기획전시로서 영국 작가 사이먼 몰리의 개인전을 마련하였다. 영국에서 순수미술과 근대사를 전공한 몰리는 2010년에 한국의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온 시기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단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몰리의 회화는 주로 단색적으로, 텍스트가 화면에 스며든 듯 이미지와 더불어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흐릿한 화면을 구사한다. 그는 회화를 통하여 보기와 읽기 사이, 혹은 텍스트와 이미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사이, 그리고 음과 양 같은 분명하지 않은 경계의 어디쯤을 관객에게 상정한다. 

 

‘KOREA’를 소재로 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주요 작업 중 하나인 ‘북페인팅’ 작품들을 포함하여 파빌리온 시리즈를 비롯한 신작들이 전시되며 스크롤 설치, 영상이 포함된다.

 

 

 

‘사이’의 회화_ in between

 

종종 개념미술가로 환원되기도 하는 몰리의 회화는 볼수록 천천히 더 보이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텍스트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몰리에 의하면 “Word is Image”다. 그는 텍스트가 의미뿐만 아니라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해왔다. 일견 단순하고 차분한 중간색조의 모노크롬이지만 다가갈수록 화면에서는 차츰 이미지 혹은 단어들이 표면 위로 떠오른다. 이들은 일치하지 않고 서로 상충하는 것들로서 이때 관객은 보기와 읽기가 교차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이다. 이렇게 작품 표면 위의 정형화된 코드와 정보를 인지하는 과정이 천천히 유도되는 사이에 작품은 보다 감각적으로 다가오며, 더욱이 그의 작품 전반에서 종종 보여지는 입체적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문자들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도드라져 촉각적 반응을 유도한다. 

 

이렇게 그의 회화는 문자라는 이성적 코드의 개념적인 성향을 가지는 동시에 이미지라는 상상력의 세계가 혼합된다. 이때 책의 활자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오는 등 팩트적 요소로서 작가의 주관성을 되도록 배제하는데, 그럼으로써 회화 자체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텍스트가 시사하는 상징성 혹은 통찰력 등을 넌지시 암시하게 만든다. 

 

문화를 혼합하고 매체의 변환을 즐기는 성향은 그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난다. 가령 그가 줄곧 진행해오는 ‘북페인팅’은 책이라는 매체를 회화로 번안한 것이며, 영상 작업이나 최근에는 사인판을 회화로 옮긴 신작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국’이다. 영국을 떠나 한국이라는 새로운 장소는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다분히 신나고 흥미로운 소재를 제공하였다. 그것은 오래된 전통에서부터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먼저 ‘북페인팅’ 시리즈의 일환으로서(미술사가이기도 한 몰리에게 있어서 책은 뗄 수가 없는 요소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코리안화이트’ 시리즈를 창조하였다. 이미지는 한국주재 영국대사였던 마틴 유든의 한국에 관한 고서컬렉션 가운데 선택한 책들의 표지를 캔버스 위에 회화의 형식으로 전사한 것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서양인들이 한국에 대해 쓴 책들의 표지들은 우리 민족의 색으로 일컬어지는 백색의 다채로움에 힘입어 하얗게 백색의 회화로 전환되었다.

 

또한 그는 겸재 정선의 화폭에서 발견한 정자와 누각의 시적 아름다움에 시선이 꽂혔고 이는 신작인 ‘파빌리온’ 시리즈로 창조되었다. 그의 언어적 관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현되었는데, 정자의 이름인 독락정(獨樂亭)이나 응청각(凝淸閣), 팔영루(八詠樓) 등 표의성을 지닌 문자인 한자는 표음문자인 영어알파벳으로 번역되어 다시 한번 시각과 언어의 간극을 제시한다. 화면 속 기표들은 의미로는 그림 혹은 기억 속의 정자를 가리키지만 실제와의 사이에는 문화, 언어, 시간과 공간의 틈이 있으며 무수한 흔적들만이 존재하여 끊임없이 다른 의미화의 연쇄 속으로 미끄러진다. 원래에도 기호란 실제대상과 일치할 수 없는, 즉 실존하는 사물들에 대한 본질적 규정은 아닌 것으로 현대철학자 데리다에 의해서도 사유되었다.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그 사이에서 시각과 언어로 잡아낼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며 이것들이 우리에게 신비감 내지 숭고 같은 감성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선택된 정자들은 현재는 없어진 것들이다. 한때 존재했었지만 이제 사라진 것에 관한 기억은 재구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이들은 화면 속 다른 언어와 형태, 색면 속에서 나타나 친숙하지만 낯선 것이 되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마주친 1945년 휴전 당시 남북의 경계를 가르는 사인판은 흐릿하게 깊이감을 주어 시공의 보이드(void)를 탄생시켰고 금강산 그림에는 지금은 없는 남북간 열차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작가는 현재 DMZ에 가까운 문산에 살고 있다. 한반도 분단상황에 대한 관심은 이성적 현실이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향한 또렷한 역사의식의 발로에서다.

 

그의 작업실 한켠에 놓여진 책상 앞에는 로스코 포스터와 정선의 금강전도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추사 김정희와 정선을 존경하고, 한국의 전통화에 나타나는 일필휘지, 자유롭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가운데 완결성을 추구함에 매료되었다는 몰리. 이제 그의 ‘사이’는 서구의 이성적 세계관과 동양의 ‘여백’의 관념적 세계의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문의

 

강주연 010 8827 9301 [email protected]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745 앙드레김빌딩 2F 135-812

 

2F AndreKim B/D, Nonhyeon-ro 745, Gangnam-gu, Seoul, Korea T 82-2-322-3979  www.galleryjj.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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