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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갤러리 가야] 이상의 날개 The Wings of Lee Sang - 노재환

2018.07.02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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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 The Wings of Lee Sang

노재환展 / NOHJAEWHAN / 盧在煥 / painting

 

2018_0703 ▶ 2018_0708

 

갤러리 가야

경남 김해시 가락로93번길 72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天才)」를 아시오? 나는 유쾌(愉快)하오. 이런 때 연애(戀愛)까지가 유쾌(愉快)하오. 육신(肉身)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疲勞)했을 때만 정신(精神)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회(蛔)ㅅ배 앓는 뱃속으로 숨이면 머릿속에 의례히 백지(白紙)가 준비(準備)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공(可恐)할 상식(常識)의 병(病)이오.

 

나는 또 여인(女人)과 생활(生活)을 설계(設計)하오. 연애(戀愛) 기법(技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智性)의 극치(極致)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一種)의 정신분일자(精神奔逸者) 말이오. 이런 여인(女人)의 반(半)―— 그것은 온갖 것의 반(半)이오―— 만을 영수(領受)하는 생활(生活)을 설계(設計)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生活)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恰似) 두 개의 태양(太陽)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人生)의 제행(諸行)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飮食)을 탐식(貪食)하는 아이러니를 실천(實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그대 자신(自信)을 위조(僞造)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作品)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旣成品)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輕便)하고 고매(高邁)하리다.  

 

나는 내가 지구 위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지구 위에서는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내려 버리고 싶었다 ● 이때 뚜―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출전 「1936 조광」)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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